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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폐지정책, 시대유감

[유강하의 대중문화평론]
‘표현의 자유’ 가장한 혐오 표현 금지가 우선돼야
빠르게 교체·올라오는 기사에 네티즌 무방비 노출
기사선택권 거의 없는 수준
포털사이트들의 본래 목적 ‘건강한 소통과 공론의 장’
본래 목적 실현법 찾는 것 먼저

데스크 2019년 12월 07일 토요일 15 면
지난 10월,스물다섯의 가수 설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설리는 악플을 읽는 고통을 말하면서도,악플을 읽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마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어쩌면 그게 연예인의 숙명이라고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테고,연예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길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며 고통을 견뎠을지도 모른다.죽은 자는 더이상 말이 없고,남아 있는 자들은 사인을 찾는다.‘악플’이라는,뿌리도 없는 글들이 가해자로 지목되었다.

사람들은 ‘설리법’의 제정을 촉구하고, 대형포털은 일제히 발 빠르게 정책을 내놓았다.포털사이트 <다음>은 가장 빨리 구체화 된 대책을 내놓았다. 다음카카오에서는 “카카오는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장으로써 댓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한 소통과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존재해 왔습니다.이를 개선하고자 오랜 시간 다양한 고민의 과정을 거쳐왔고,그 첫 시작으로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 잠정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앞으로도 댓글 서비스의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고민해 나가겠습니다”라고, 정책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이후,포털 <다음>의 연예인 관련 뉴스 아래로는 “연예뉴스 댓글 폐지”라는 붉은 글자의 안내 문구가 짧게 달린다. 그 누구도 연예 관련 기사에 대해서는 단 한 글자도 쓸 수가 없다. 그것이 칭찬이든,비판이든.이 정책을 시행한 의도는 그랬을 것이다.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보자는‘착한’의도.그러나 연예계 뉴스 또는 기사와 관련해서 댓글을 폐지하는 정책이 과연 최선이고 유일한 방법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자꾸 든다. 아무리 악플을 달지 말자고 해도,누군가에게 악플을 달려고 마음을 먹으면 그 목적을 이루는 건 어렵지 않다. 블로그,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찾아 모욕적이고 치명적인 욕설과 악플을 쏟아놓는 건 제재할 할 방법조차 없다.그러니 댓글 작성을 원천 봉쇄하는 게 아니라,포털이든,블로그든 ‘표현의 자유’를 가장한 혐오의 표현들을 금지할 수 있는 방법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설리는 연예인이어서 표적이 되기 쉬웠다.그런데 연예인이 아닌 공인 또는 널리 알려진 사람들에 대한 혐오의 표현들도 도를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예인이든 공인이든,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정도라는 게 있지 않을까.비판, 풍자를 넘어선 혐오의 표현들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처벌의 근거조차 마땅치 않은 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연예 뉴스와 영화 뉴스 관련 댓글 폐지 정책이 충분히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가수 구하라의 죽음을 통해서도 확인된다.‘설리법’ 제정이 진행되는 가운데,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그 정책의 효과를 확인하기도 전에,가수 구하라가 설리와 같은 선택을 했다. 구하라의 극단적 선택이 댓글 폐지 정책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여기에는 보다 복잡한 문제가 있다. 다른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대중의 과도한 관심과 지나친 기사화는 분명 고인을 힘들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익명성을 가장한 네티즌들의 악플만이 문제일까?사실,악플의 뒤에는 수많은 기사들이 있다.설리와 구하라의 죽음이 보도되자마자 기자들은 그들의 SNS를 샅샅이 뒤져 보도를 하고, 장례식장까지 카메라를 들이대며 뉴스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고, 진실 보도를 위한 것이라고 기사를 쏟아냈다.사람들의 애도와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구하라 사건의 판결문에서 자극적인 내용을 뽑아 머리기사로 내고,사인을 보도하고 있다.그 치열하고 민망한 과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고인이 된 그들이 이 현실을 보고 있다면,무슨 말을 할까?

한편 이와는 결이 다른 기사도 있다.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 기사들이다. 어떤 연예인이 어떤 옷을 입고 공항에 갔는지,출근길은 어땠는지,또 어떤 표정으로 시사회에 참여했고, 몸매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으며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는지,깨알같이 자세하고 친절하게 소개해주는 기사도 있다. 웃음소리 하나에도 찬사를 날려주는 ‘특급 칭찬’ 기사들이다.게다가 드라마를 요약해주거나,예능 프로그램의 일부를 소개하는 기사들도 트렌드가 되어버렸다. 뉴스는 대중들에게 무엇을 말하고,어떤 정보를 알리고 싶은 것일까?



네티즌들의 댓글 참여는 금지되었고,뉴스와 기사는 날개를 달았다.네티즌들은 빠르게 교체되며 올라오는 기사에 무방비로 노출되지만,기사선택권은 많지 않다.뉴스편집권도 유저들의 것이 아니므로. 여기에는 오로지 단방향의 소통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댓글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새삼 궁금해진다.

포털 본래의 목적이 “건강한 소통과 공론의 장 마련”이라면,댓글 폐지 결정과 동시에 혐오표현에 대한 제재의 방법도 제시하면서,‘건강한 소통’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싶다.누구나 유튜브를 통해 개인 채널을 만들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의 댓글 폐지 정책,그 간극은 황망하게 넓어 보인다.



유강하 강원대 교수

중국고전문학·신화를 전공했다.지금은 강원대학교에서 인문예술치료를 연구하고 있다.지은 책으로 ‘아름다움,그 불멸의 이야기’,‘고전 다시 쓰기와 문화 리텔링’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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