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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재경계(生在敬戒)

김상수 ssookim@kado.net 2019년 12월 10일 화요일 9 면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군웅이 할거 하고 힘의 논리가 횡행하는 시대다.당장 하루 뒤가 어떻게 될 지 예단할 수 없는 어지러운 때다.당시 정(鄭) 나라의 대신 공손흑굉(公孫黑肱)이 병이 들어 임종이 가까워지자 신변정리에 들어갔다.그가 가장 먼저 채읍(采邑·공신에게 내리던 식읍)으로 받은 땅을 군주에게 반환하고,측근과 가족을 모아 아들 단(段)을 후계자로 지목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집안 일을 돌보는 사람 수를 줄이고 제사를 간소하게 지내라고 했다.보통 제사에는 양(羊) 1마리만 쓰고,성대한 제사라도 양과 돼지만 제물로 쓰도록 하라는 구체적 당부를 이어갔다.제사를 지낼 만큼 재산을 남기고 나머지 영유지(領有地)는 모두 국가에 돌려주도록 하라고도 일렀다.결국 재산을 줄이고 검약한 생활을 하라는 것이 요지다.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도 알렸다.“난세에 태어나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청빈하게 살면 백성이 그에게 요구하는 것이 없으므로 늦게 망한다.(生於亂世 貴而能貧 民無求焉 可以後亡)”라는 말이 있다며 “너는 공경스럽게 군주와 대부들을 섬겨라.잘 사는 것은 남을 공경하고 자기를 경계하는데 있는 것이지,부유함에 있는 것이 아니다.(敬共事君與二三子 生在敬戒 不在富也)”라고 말이다.

오래 전 이야기이지만 한 나라의 고관을 지낸 이의 처세와 인생관이 담긴 유언이다.지위도 재산도 명예도 높이 쌓을수록 무너지기 쉽고,스스로를 겨냥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주고 있다.재물이든 명예든 권력이든 누리고 행사하는 만큼 사회적인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고,그 책무를 망각할 때 스스로 위험에 빠져들게 한다는 것이다.

기해년 한 해도 20여일을 남겨두고 있다.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옷깃을 여미게 된다.돌이켜보면 나라안팎이 변화의 연속이었다.권력의 정점에서 실족하고,부와 명예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일을 지난 한 해도 예외 없이 보아왔다.세상은 언제나 다사다난했고 난세(亂世)가 아닌 적이 있었던가.삶의 근거가 왜 돈이 아니라 공경과 경계에 있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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