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체코 프라하에는 몰다우강이 있다.체코 보헤미아 삼림에서 발원한 몰다우강은 프라하를 지나 엘바강으로 흐른다.몰다우는 체코어로 ‘블타바(Vltava)’로 부른다.체코 사람에게 몰다우는 강 이상의 의미가 있다.체코 민족음악의 창시자인 스메타나가 작곡한 교향 연작시 ‘나의 조국(Ma Vlast)’의 두번째 곡인 ‘몰다우’ 때문이다.

나의 조국은 몰다우 외에도 첫 번째 곡인 비셰흐라트 등 모두 여섯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이 곡이 작곡된 1873년~1880년 무렵은 체코 민족에게는 고난의 기간이었다.당시 이 지역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통치하에 있었기 때문에 독립에 대한 열망이 특히 강했다.이에 주목한 스메타나는 나의 조국을 통해 체코의 자연과 역사를 담대하게 그려 체코인들의 굽힐 줄 모르는 저항정신을 나타냈던 것이다.

스메타나의 몰다우는 간헐적으로 소용돌이치는 작은 물줄기를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처음에 미미했던 소용돌이는 다른 소용돌이와 합쳐지면서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고 마침내 풍부한 선율성을 바탕으로 체코의 풍광이 경쾌하게 전개된다.몰다우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민족의 송가로서 거대한 힘을 드러내는 순간이다.체코 민족이 처했던 영광과 시련의 세월,영욕의 역사를 묵묵히 바라보며 흐르고 있는 몰다우강의 저력이 담긴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일,러시아 블라디보스톡 필하모닉홀에서 ‘대륙의 꿈’을 주제로 열렸던 국제청소년 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 ‘몰다우’가 연주됐다.체코 민중의 영혼이 담겨있는 몰다우가 연주되자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귀를 기울였다.연주가 끝나고 몰다우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 민족의 한을 담고 있는 아리랑이 연주됐다.북한 작곡가 최성환이 편곡한 ‘아리랑 환상곡’이었다.

몰다우와 아리랑이 대륙의 꿈을 찾아가는 미래세대 청소년들의 손길을 통해 연주되자 객석을 가득 메운 800여 명의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답했다.몰다우와 아리랑의 감동적인 만남은 이번 공연의 백미였다.

천남수 강원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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