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총리, 크리스마스 이전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 추진
2020년 말까지 전환기간 적용…무역협정 등 미래관계 합의 난항 예상

▲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와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이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악수를 하며 EU와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 초안에 합의한 것을 기뻐하고 있다.
▲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와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이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악수를 하며 EU와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 초안에 합의한 것을 기뻐하고 있다.

100여년 만에 열린 12월 총선에서 영국 보수당이 압도적인 승리로 재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예측됐다.

영국 국민은 ‘브렉시트 완수’를 약속한 보리스 존슨 총리와 보수당을 다시 선택한 셈이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말 예정대로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브렉시트 이후에도 EU와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이라는 난관이 남아있어 EU와의 완전한 결별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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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렉시트 운명 놓고 총선…보수당 승리로 귀결

이번 총선은 일찌감치 ‘브렉시트 총선’으로 불렸다.

집권 보수당도, 제1야당인 노동당도 하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이견과 혼란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아예 총선을 통해 새판을 짜기로 한 것이다.

당초 영국은 2017년 조기 총선을 실시해 예정대로라면 다음 총선은 2022년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집권 보수당은 하원 과반에 못 미치는 의석수로 인해 브렉시트를 포함한 각종 정책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영국 하원 의석수는 총 650석으로, 과반 기준은 326석이다.

보수당 의석은 그러나 의회 해산 직전 기준 300석에도 못 미쳤다.

사실상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 역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서만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7월 말 취임한 존슨 총리는 천신만고 끝에 지난 10월 중순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에 도달했지만, 합의안 승인을 위한 하원 표결에서는 연전연패를 기록했다.

존슨 총리는 현 정치권 지형 아래에서는 더이상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하원 과반 의석 확보를 목표로 조기 총선 카드를 빼 들었다.

브렉시트 완수는 물론 향후 국정 운영의 추진력으로 삼는다는 복안이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입장에서도 보수당으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을 기회인 만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코빈 대표는 그동안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에서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이 완전히 제거돼야만 총선 개최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결국 EU가 내년 1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추가 연기하기로 하면서 ‘노 딜’ 위험이 사라지자 코빈 대표는 존슨 총리의 조기 총선 제안에 응했다.

본격적인 총선 캠페인이 펼쳐지자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완수’(get Brexit done)를 공약으로 내걸고 EU 탈퇴 지지자들을 공략했다.

그러면서 코빈 대표의 어중간한 브렉시트 정책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코빈 대표는 노동당이 집권하면 3개월 내 EU와 새 브렉시트 합의안을 체결한 뒤 6개월 이내에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새 브렉시트 합의안과 EU 잔류를 모두 선택지로 제시해 국민이 다시 한번 결정할 기회를 주겠다는 설명을 내놨다.

자신은 총리로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당 지도부 중 상당수는 노동당이 EU 잔류를 지지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브렉시트 정책과 관련해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자유민주당, 웨일스민족당, 녹색당 등의 중소정당들은 아예 브렉시트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보수당 집권을 막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 보수당 공약대로 내년 1월 말 브렉시트 할 듯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 과반 확보는 결국 영국 국민이 브렉시트 완수라는 존슨 총리의 약속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영국과 EU는 지난해 11월 브렉시트 합의를 체결했고, 이에 테리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는 1월과 3월 각각 EU 탈퇴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 등 두 부분으로 이뤄진 브렉시트 합의안을 하원 승인투표(meaningful vote)에 부쳤다.

영국은 지난해 제정한 EU 탈퇴법에서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비준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거치도록 했다.

그러나 1차 승인투표는 영국 의정 사상 정부 패배로는 사상 최대인 230표 차로, 2차는 149표 차로 부결됐다.

이에 메이 총리는 당초 브렉시트 예정일이었던 지난 3월 29일 법적 구속력이 있는 EU 탈퇴협정만 따로 표결에 올렸지만 역시 58표 차 부결의 쓴맛을 봤다.

결국 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메이 총리가 사퇴하자 대표적인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뒤를 이었다.

존슨 총리는 EU 정상회의 직전인 지난 10월 중순 기존 합의안에서 가장 큰 반발이 제기된 ‘안전장치’(backstop)를 폐지하는 대신, 북아일랜드를 실질적으로 EU 관세 및 단일시장 체계에 남겨두는 방안을 뼈대로 하는 재협상 합의에 성공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안 역시 잇따라 하원의 벽에 가로막히자 존슨 총리는 결국 조기 총선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3월 29일 예정됐던 브렉시트는 세 차례 연기되면서 내년 1월 말로 미뤄졌다.

이번 총선에서 존슨 총리가 과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내년 1월 말 브렉시트는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평가된다.

존슨 총리는 총선 캠페인 기간 보수당이 승리하면 크리스마스 이전에 브렉시트 합의안을 새 의회에서 통과시킨 뒤 당초 예정대로 내년 1월 말 EU에서 탈퇴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보수당 내 EU 잔류 지지자들의 반발로 합의안 통과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존슨 총리는 이미 당 총선 후보 전원으로부터 자신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지한다는 서명을 받았다.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를 가로막던 장애물이 모두 사라진 셈이다.

◇ 미래관계 합의가 관건…불발 시 ‘노 딜’ 우려 여전

당장 브렉시트가 단행되더라도 영국과 EU 간 관계에 큰 변화는 없다.

양측이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오는 2020년 말까지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전환 기간에 영국은 현재처럼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잔류에 따른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다. 주민 이동도 현재처럼 자유롭게 유지된다.

영국은 EU 규정을 따라야 하며, 분담금 역시 내야 한다.

전환 기간은 한 차례에 한해, 1∼2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영국 정부가 2020년 7월 1일까지 EU에 연장 요청을 해야 하며, 영국과 EU 모두가 이에 동의해야 한다.

전환기간 양측은 기존에 합의한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기반으로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문제는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새 미래관계 합의에 이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협상에 막대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합의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은 EU 탈퇴협정보다 복잡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캐나다-EU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무려 7년이 소요된 바 있다.

이 경우 양측은 전환기간을 연장해야 하지만, 존슨 총리는 그동안 이같은 시나리오를 부인해 온 만큼 또 다른 불확실성을 불러올 수 있다.

양측이 미래관계 협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전환기간마저 연장되지 않으면 2020년 말에 또다시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투자은행인 JP모건은 브렉시트 전환기간 연장(40%) 가능성을 미래관계 협상 합의(30%), 합의 없는 전환기간 종료(25%)에 비해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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