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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주와 단주’ 변함없이 반복되는 우리의 음주문화

이상규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교수

데스크 2019년 12월 16일 월요일 11 면
▲ 이상규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교수
▲ 이상규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교수
조절과 절제에 관한 재미있고 잘 알려진 심리학 실험이 하나 있다.어린아이들에게 마시멜로 하나를 책상 앞에 놔두고 지금 당장 마시멜로를 하나 먹을 수 있으나 연구자가 돌아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면 두개를 먹을 수 있다고 제안하는 것이다.많은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9분을 참지 못한채 한 개의 마시멜로를 먹었다.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연구자가 다시 나타날 때까지 참고 절제했는데 이 아이들은 나중에 수학능력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고 학교에서나 주변에서 대인관계가 좋았다.더욱이 이들에게서는 알코올과 마약 남용 등의 문제가 덜 발생했다.

조절과 절제의 능력은 이처럼 지금 현재 우리의 삶과 행복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 미래의 삶을 결정한다.한 심리학자는 성공을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요인으로 조절과 절제를 꼽기도 했다.

조절과 절제의 또 다른 모습이 있다.‘절주’와 ‘금주’,‘단주’라는 비슷하지만 근본 개념에 확연한 차이가 있는 세가지 단어다.‘절주’는 스스로 적절한 양과 빈도로 주변 사람과 즐겁게 조절하며 마시는 것이고 ‘금주’는 지금 음주하면 자신 또는 주변에 폐해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 스스로를 절제,음주하지 않는것이다.‘단주’는 음주에 대한 조절과 절제 능력이 없어서 다른 사람의 도움 또는 의학적 치료로써 술 마시지 않는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이런 개념의 차이는 많은 신경의학적 연구결과에 근거한다.해부학적으로 조절과 절제를 담당하는 뇌 부위는 앞쪽 부분인 전두엽이 주로 담당하는데 이 전두엽 부위는 음주로 쉽게 무력화된다.알코올은 직접적으로 전두엽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현실 판단력을 약화시키며 나아가 스스로의 조절능력을 상실케 한다.정신의학적으로 알코올 중독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얼마나 많이 마시고 오래 마셨는지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조절과 절제능력이 보전돼있는지 아니면 상실됐는지의 여부다.그래서 건강한 사회적 음주자는 스스로 조절·절제하는 범위에서 절주를,알코올 중독자는 조절·절제가 되지 못함을 인정 하고 주변 도움을 받아 단주를 해야 한다.신체적 질환이 있다면 금주를 하는 것이 옳겠다.알코올 중독자 치료가 쉽지 않다고 인식되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알코올 중독자는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고 ‘오늘만 마시고 내일부터는 마시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으로 치료에 소홀하기 때문이다.하지만 내일은 또 다른 오늘이 되고 다시 술 한잔에 몸을 기댄다.조절과 절제가 손상된 반복적인 음주행태는 중독의 길로 향하는 첩경이다.

다사다난한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송년모임으로 다이어리가 분주해진다.매년 이맘때쯤이면 진료실과 응급실도 술 취한 사람들로 분주해진다.어느 누구도 조절되지 못한 음주행동으로 피해를 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이제 자신이 절주할 수 있는지,금주 또는 단주를 해야 하는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 모임을 가기 전 한 번 고민해 보는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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