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숙





한 장 읽고 밥그릇을 씻어 엎어 두고



한 장 읽고 수수비로 방을 쓸고



한 장 읽고 걷어 온 마른 빨래를 개키고



한 장 읽고 찻물을 올리고



다시, 돌아와 한 장 읽고는



차가 우려지는 동안 아득해져 길을 잃는다



행간이 넓고, 연이 깊고, 여백이 고요한

못생긴 애인(愛人) 하나 멀리 두고



바람이 전해 주는 소식 가끔 들으며 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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