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동 평창부군수

▲ 송기동 평창부군수
▲ 송기동 평창부군수
검게 그을린 발로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한 마리가 휴식을 취하는 모습의 사진을 보며 지난 4월 발생한 동해안 대형 산불의 처참함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지난 산불로 동해안의 비경인 산림 1757㏊가 한순간에 잿더미가 됐으며 수많은 이재민이 집과 삶의 터전을 잃어 국민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이렇게 불타 없어진 산불피해지역의 토양이 나무를 키울 수 있게 되는데 2∼4년이 걸리며 생태계 원상복원까지는 100년이 걸린다고 하니 산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안타까운 마음이 배가 된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건조한 날씨가 지속돼 계절과 관계없이 연중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세계인의 축제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를 훌륭하게 치러낸 평창도 전국에서 4번째로 큰 면적에 84%가 산림인 산림수도로 남의 일인 것처럼 안심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산림청과 전국의 광역시 도,기초자치단체에서 산불예방과 산불피해 최소화를 위해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으나 크고 작은 산불은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산불통계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평균 539건의 산불이 발생했다고 한다.아쉽지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산불의 예방 대책은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 평창군도 산불예방을 위해 해마다 산불진화 헬기 및 진화차량 배치는 물론 봄철과 가을철 350여명의 산불전문예방진화대와 산불감시원을 고용해 인화물질 제거작업을 벌이는 한편 산불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계도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또한 차량용 앰프를 활용,마을 구석구석까지 산불에 대한 주민들의 안전의식과 예방을 위해 계도 방송을 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산불은 작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예방하고 초기에 막을 수 있다.소중한 산림을 지키기 위해 산행 전 입산통제와 등산로 폐쇄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입산 시에는 인화성 물질을 소지하면 안되고 취사를 하거나 모닥불을 피우는 행위를 삼가하자.또 산불 위험시기에는 산 인근에서 논과 밭두렁 태우는 일도 하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사소한 부주의가 산불 발생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먼저 나서서 행동하는 성숙한 주민의식을 가져야 할 때이다.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기후비상(Climate emergency)’이라는 말을 선정했다고 한다.단순이 ‘기후 변화’라는 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우리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안온한 인식을 벗어나 구체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날로 커져가는 대형 산불을 보면서 이제는 ‘산불비상’이란 말이 사전에 나올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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