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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를 보내며

오창식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천지사장

데스크 2019년 12월 23일 월요일 11 면
▲ 오창식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천지사장
▲ 오창식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천지사장
겨울의 문턱.소리 없이 유유히 흐르는 소양강에 아스라한 물안개가 자욱하게 드리울 때면 가녀린 소양강 처녀의 고즈넉한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마치 신화 속 망각의 여신 레테 같기도 하고,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같기도 한 신비로운 느낌이 온몸을 감싼다.

사방이 첩첩산중으로 둘러 감싼 산언저리 아래 터전을 잡은 호반의 도시.그야말로 어머니의 품같이 아늑하고 시간을 초월해 영겁으로 숨 쉬는…그 곳이 춘천이다.심심산골 계곡 골짜기에서 한 방울씩 모여 내를 이루고,또 굽이굽이 흘러 소양강가 언저리에 성글게 뿌리내린 춤추는 버드나무에 흠뻑 생명수를 준다.그 생명수를 목마른 수천만 사람들에게 흘려보내는 곳이 바로 생명의 도시,우리 모두가 꿈꾸는 마음의 고향 춘천이다.

춘래불사춘이라 했던가! 남녘에 봄이 와도 아직 봄이 오지 않으니,생명이 소생하는 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에서 ‘춘천(春川)’이라고 했을 것이다.도시이면서도 번잡스럽지 않고,세월을 빗겨간듯 옹기종기 산등성 아래 모여 고향의 향기를 맘껏 들이마시며 살아가는 곳에서 어찌 나눔과 화해와 포용의 공동체가 싹트지 않을 수 있겠는가? 춘천은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느리게 사는 곳이다.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어딘가 여유와 감성이 느껴진다.

사방천지 냉랭한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이념의 반목과 사회적 갈등으로 으등으등 대면서 좌측에서 우측에서 아우성치는 지난한 부침의 도시와는 달리 아련한 추억을 공유하며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는 공동체가 춘천이다.춘천의 분야별 행복지수에서도 ‘공동체’가 65.15점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마치 프랑스의 알렉시 토크빌이 극찬했던 미국 지역공동체의 습속(folklore) 토론처럼 춘천은 ‘우월의 착각(Illusion of Superiority)’이 있을 수 없는 공동체적 발원지다.그래서 마음의 상처로 지친 2시간 남짓 거리의 수도권 사람들에게도 정신적 위안처인가 보다.

이제 2019년도 뒤안길로 보내야 한다.세밑 무렵이면 어김없이 회자되는 단어가 ‘다사다난(多事多難) 했던 한해’다.엽서에도 SNS에서도 아마 최다의 단어일 것이다.다사다난하지 않았던 날이 있었던가.아니 역사가 다사다난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발전은 불가능하다.아마도 행간의 뜻은 희망을 염원하는 위안의 자기 성찰일 것이다.

유달리 이념의 갈등과 의견 대립이 극심해 모두가 지칠 대로 지친 2019년 한해! 마음의 고향,성찰의 고향 춘천에서 흐르는 생명수를 들이 마시고 나쁜 것은 망각하고 좋은 것은 기억하면서 저 가녀린 소양강 처녀의 노랫소리를 들었으면 한다.그리고 모두가 깊은 성찰을 통해 서로 마음에 생채기 준 것을 반성하며 보듬고 토닥거려주는 한 해 마무리를 권해 본다.서로를 구속하고 얽매는 쇠사슬이 아닌 나눔과 화합으로 이어주는 화해의 악수로 이어졌으면 한다.뒤돌아보니,나 또한 소중한 친구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뼛속 깊이 우러나오는 사과를 하고 용서받는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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