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호 한국재정지원 운동본부 이사

▲ 오병호 한국재정지원 운동본부 이사
▲ 오병호 한국재정지원 운동본부 이사
‘봉사는 마음의 병을 치유해주는 행위다.’18년째 시민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얻은 깨달음이다.봉사를 시작했던 학창시절 초창기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봉사자의 길을 위해 조금씩 준비할 무렵부터 마음 속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는 무엇인가 늘 고민해왔다.동강살리기 운동 등 환경봉사를 시작으로 지난 4월 강원산불 피해와 9∼10월 태풍 피해복구 등 숱하게 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봉사가 가슴으로 와닿는 시간은 우연히 찾아왔다.

바로 장애인 리코더앙상블 참여다.처음 제안 받았을 때는 망설였다.그간의 봉사처럼 일방통행적 활동이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하지만 장애청소년들에게 악기연주를 지도하는 형식의 단순한 프로그램을 생각했던 내 생각은 매우 짧았다.‘음악에 대한 느낌,악기소리로 느껴지는 기분’과 같이 감정적인 것들을 이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예상대로 출발은 쉽지 않았다.자유분방한 초등학생들이라 집중이 어려웠다.혹시나 상처받을까 싶어 나무라지도 못하고 차분해질 때까지 기다린 후 다시 진행해 나가기 시작했다.아이들이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열어주던 가운데에서도 한 아이의 울음소리가 뇌리를 스쳤다.ADHD를 가진 한 학생.어떤 활동이든 집중이 힘들었고,자신의 뜻에 위배되면 늑대와 같은 울음소리와 함께 전쟁터를 만들었다.어둠이 짙게깔린 그 학생에게 어느 누구도 쉬이 가려 하지 않았지만,이전에도 비슷한 학생을 경험했던 나로서는 그 아이 말을 들었다.부모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아버지는 늘 술과 함께 난폭함을 부리며 ‘이것이 남자’라는 허풍을 늘어놓고,자신보다 성적이 좋은 형과 비교했다고 한다.이후 유심히 관찰하며 돌보다 보니 그 아이도 어느덧 적응,순한 양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다행이었다.박자를 놓치기 일쑤였고,리코더를 불지 못하는 일도 다반사였지만 함께 리듬을 맞추고,같은 동작을 연습해줬다.이해 속도가 더뎌도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 내다보니 공연이 가능할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고 동해시장애인요양원에서 그간의 기량을 보였다.공연 후 칭찬이 이어지자 그제서야 아이들의 눈망울엔 순수함의 이슬이 맺혔다.

이전까지 ‘아는만큼 보인다’ 였던 나의 좌우명은 ‘경험한만큼 알 수 있다’로 바뀌었다.이 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편견에 갇혀있었던 것을 알게 됐다.학교도,나이도,신체적으로도 분명 달랐지만,장애인 리코더앙상블을 통해 ‘함께’하는 법을 배웠다.모두가 달랐지만,결국 하모니를 만들어 냈다.마지막 연습 날,우리는 서로에게 감사편지를 전했다.사랑이 담긴 알록달록한 종이속에는 몇달간 함께 했던 아이들과의 순수한 추억이 그려졌다.아이들이 사회에서 받았을 온갖 아픔에서 조금은 치유가 되었을법한 기쁜 순간이었다.봉사자는 단순히 봉사만 하는 직업이 아니다.섬김을 알아가는 초년생이 되는 것이다.봉사에 함께하는 이들이 함께 소통하며 성장해 나간다.봉사하면서 아파해 본 이들,봉사로 행복을 느낀 모든 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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