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조규만 천주교 원주교구장
이병철 회장이 남긴 24개 질문
신학·과학·역사 넘나든 답변
카톨릭 합리적 해석 덧붙여
“신은 우리가 돌아가야 하는 곳,
한반도 평화 내부협력 우선”

▲ 조규만 주교는 책 ‘오래된 대답’ 발간을 기념해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신자가 아닌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를 볼때 의문점이 굉장히 많을 수 밖에 없다.신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새로운 대답이 계속 시도되길 바란다”고 했다.
▲ 조규만 주교는 책 ‘오래된 대답’ 발간을 기념해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신자가 아닌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를 볼때 의문점이 굉장히 많을 수 밖에 없다.신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새로운 대답이 계속 시도되길 바란다”고 했다.

[강원도민일보 김진형 기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습니까”

1987년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절두산 성당 박희봉 신부에게 던진 질문이다.이 회장은 ‘신은 왜 악인을 만들었는가’,‘종교란 무엇인가’ 등 비종교인이 카톨릭에 대해 묻고 싶어 하는 화두 24가지를 남겼다.그 후 차동엽 신부가 ‘잊혀진 질문’이라는 책을 통해 첫 대답을 내놓은데 이어 각 분야 전문가들도 답변에 도전해 왔다.조규만 천주교 원주교구장이 최근 펴낸 ‘오래된 대답’도 기존 의견과 교회 문헌을 토대로 신학,과학,역사,정치를 넘나들며 마련한 ‘이병철 회장이 남긴 질문 24가지,잊혀진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기존 종교인들이 부담스러워할 수 있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등을 인용,“과학이 하느님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종교인이 내놓을 수 있는 합리적 해석을 덧붙인다.하느님의 존재는 결국 믿음의 영역에서 찾아야한다고 강조하는 조규만 교구장을 만나 ‘오래된 대답’에 다시 질문을 던졌다.




-먼저 하느님에 대한 정의를 내려주신다면.

“사람이 죽으면 돌아가셨다고 표현한다.어디에서 왔는지 찾는 것이 종교이고 우리에겐 돌아가야 하는 곳이 하느님이다.무신론자들은 무로 돌아간다고 믿고,그리스 철학에서는 이데아로 간다고 믿는다.우리가 필수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존재,그것이 하느님이 아닐까.”

-신이 있다는 증거 중 가장 납득될만한 설명은.

“‘져도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는 파스칼의 도박이론으로 잘 접근할 수 있다.우리는 죽은 후 세상을 확신할 수 없다.신이 있거나,없거나 둘 중 하나인데 있다는 쪽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있다는 쪽을 선택했는데 하느님이 안계시면 나름 억울할 수 있다.하지만 없다는 쪽을 선택했을 때 하느님이 살아계시다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결정론과 자유의지의 양립이 가능한가.

“하느님의 뜻을 거스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자유가 있다는 명백한 근거다.하느님의 마지막 결정은 구원의 길이고 진행과정에서 변화가 있을 뿐이다.”

-신에게도 죄의 책임이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셨기 때문에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가령 나를 로보트로 만들었다면 책임이 있겠지만 자유의지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행동에 따른 책임이 있다.”

-성경을 잘 읽고 해석하는 방법은.

“성경은 한 사람이 아니라 천년에 걸쳐 여러 사람이 쓴 기록이다.그렇기 때문에 시,실록,우화 등 굉장히 많은 장르가 섞여있다.시나 소설은 물론 신문기사와 광고도 똑같은 방식으로 읽을 수 없다.창세기의 창조설화를 6일 창조가 아닌 6단계 창조로 인식하면 진화와 대립하지 않는다.진실과 사실을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평생 덕을 쌓아온 사람의 삶이 고통스럽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나.

“자존감 아닐까.자기 정체성이 없으면 우울증과 열등감이 생긴다.고통과 불행함을 견뎌낸다면 자존감을 더 충분히 얻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시급한 과제는.

“힘을 합쳐야 하는데 세대,성,지역 갈등이 너무 많다.국민들은 통일보다 평화 그 자체를 원한다.지금은 남쪽 안에서라도 협력하는 것이 우선이다.우리 안에서 분열하고 조선시대 당파 못지않게 싸우는 모습은 어린아이들이 봐도 한심해 보인다.”

-2019년의 끝자락이다.강원도민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경제적으로 열악해도 이웃들과 잘 어울리는 도민들이다.담을 높이 세우기보다 어려워도 감자 하나라도 나누는 마음이 모여 지역발전을 이룰 것이라는 말씀드리고 싶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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