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수 강릉수요포럼 회장

사회에 널리 이름 난 사람을 저명인사라 하고 대중에게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을 유명인사라고 한다.인사(人士)는 사전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사회적 활동이 많은 사람을 일컫는다.문제는 저명인사나 유명인사의 기준과 질이다.대중에게 자신의 소양이나 전문성으로 인해 알려진 경우도 있는가 하면 좋지 못한 일에 관여되어 이름이 알려진 악명 높은 경우도 저명·유명인사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희대의 살인마 고재봉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해서 그를 저명인사라 할 것인가.또 군사독재자 전두환을 대통령 지위에 있었다 하여 저명인사라 할 것인가.매국노 이완용을 인사라고 호칭할 수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지긋한 인사들을 원로라고 부르는 경향이 일반적 추세다.원로란 한자 그대로 으뜸 원(元)자에 늙은 노(老)자이다.나이 든 사람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뜻이다.왕중왕이나 다를 바 없다.어찌 보면 원로란 비범한 단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단의 원로,정계의 원로,예술계의 원로,종교계의 원로,실업계의 원로 등으로 불려지거나 구분되는 것이 현실이다.이 경우는 한 가지 일에 정진하여 경험과 공로가 많은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된다.특정 분야의 장인을 대접하여 원로라고 호칭한다고 보는 것이다.그럼 사회적 원로의 기준은 무엇인가.이런저런 이유로 이름이 널리 알려지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원로라 불리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모든 악인도 성공만 하면 유명인사가 되는 세상에서 더욱 그러하다.

가령 시단(詩壇)에서 원로(?) 시인으로 대접 받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성추문에 휘말려 추락하는 것에서 보듯이 아무리 저명한 원로 문인이라고 하더라도 인격적으로 존경받지 못하면 더 이상 원로가 아니라는 것이라는 것이 증명된 케이스다.주변에서 자신을 일컬어 스스로 원로라고 으스대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부를 누리거나 알량한 선출직 공인을 지냈거나 또는 부나비처럼 권력의 주변을 배회하면서 시답잖은 감투를 썼다 해서,또는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으니 스스로 원로라고 젠체하거나 대우받는 것은 일그러진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과 같다.

예전에는 연륜이나 덕망이 높은 벼슬아치를 원로로 대우했다고 한다.덕망,곧 어질고 너그러운 행실이 중요 덕목이었다.현대에서의 원로란,노블리스 오블리제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사회에 대한 무한책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사회적 원로로서 대접 받으려면 살아온 생애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강직하고 청렴하며 지혜와 혜안이 있고 박학다식하면 금상첨화라 할 것이다.사회적 원로는 정신적 지도자와 동격이다.고로,철학과 사상이 분명해야 하며 고매한 인격과 도덕적 의무에 충실한 사회적 기여도가 높아야 한다.따라서 원로의 영역은 고상해야 하는 것이다.함부로 원로라고 허세하거나 스스로 원로라고 참칭(僭稱)하지 말아야 한다.원로는 아닌 사회적 합의에 의한 공감이 형성되어 대우받을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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