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점 중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빠른 배달 문화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속도다.한국인은 속도에 미친 민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여러 술을 섞어 마시는 일명 ‘폭탄주’도 빨리 취하기 때문에 먹을 정도니 말이다.

한국은 경제 성장마저도 초고속이었다.한국전쟁을 겪고 황폐해진 우리 사회는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려 경제의 초석을 다졌다.1971년 수출 규모는 1964년에 비해 열 배나 늘었다.한강의 기적은 ‘빨리빨리 민족’이기에 가능했다.이 습성은 지금도 깊게 남아있다.

주문 음식이 도착 예정시간을 5분이라도 넘기면 가게에 전화걸어 따지곤 한다.지하철을 탈 때도 승객이 다 내릴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열차에 몸을 집어넣는다.한국인들에게 여유란 없어 보인다.

지난 해 9월 고 김민식 군은 학교 앞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과속차량에 치여 9살의 어린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가해차량은 스쿨존에서 전방주시도 하지 않고 과속해 민식 군을 치고 말았다.삼풍백화점 붕괴,성수대교 붕괴사고 역시 ‘빨리빨리’가 빚은 참사였다.‘빨리빨리’는 늘 희생이 따랐다.빠르게 달려오면서 우리가 놓친 것들이 너무나 많다.자살률 1위,노동시간 1위라는 불명예는 ‘빨리빨리 민족’의 숙명인 것일까.

우리는 ‘빨리빨리’의 한계에 부딪혔다.사회 곳곳에 부조리와 병폐들이 만연하다.앞만 보고 무작정 빨리 달려왔으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 사회가 망가진 신발을 고쳐 신고,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는 ‘여유’가 필요한 때 아닐까. 전동현·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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