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신구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 서신구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 서신구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산불,태풍,아프리카돼지열병,오색케이블카,가리왕산,국방개혁 2.0….지난 해 강원도에서 이슈가 됐던 가슴 시린 말들이다. 어디 이것뿐인가? 접경지의 숙명에서 벗어나 강원도의 강력한 성장동력을 마련할 기회라던 남북평화 움직임은 교착상태에 빠졌고 동서고속철도 등 굵직굵직한 사업은 진척이 더뎠다.주택가격이 하락하는 등 부동산경기는 부진했고 건설업은 일감부족에 시달렸다.

불안정한 영업환경으로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깊어졌다.저출산·고령화는 우리에게 복지,교육,노동,지역개발 등에서 풀기 쉽지 않은 숙제를 주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출과 고용은 나름 선전했으나 한기를 녹이기엔 힘이 부족했다.리셋(reset) 버튼을 눌러 원점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시 시작하고 싶은 심정이다.

2020년이다.쥐띠해에는 복이 많다고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쥐띠해였던 2008년에 발생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으레 주고받는 덕담일 뿐이다.

실제로 경제학자들이 올해 한국경제를 전망하며 뽑은 사자성어는 ‘오리무중’과 ‘고군분투’다.복과는 거리가 있다.글로벌 경제환경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고,국내경제는 민간투자와 수출의 부진 완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상당 부분 의존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축약한 표현으로 보인다.강원경제 역시 이러한 국내경제 흐름과 궤를 같이할 것으로 예상된다.‘경제학자는 어제 일을 오늘 해석하는 사람들이다’란 우스갯소리가 있다.부디 경제학자들의 회색빛 전망이 빗나가길.

그런데 돌이켜보면 우리는 합심하여 어려움을 극복했던 저력이 있다.1997년 외환위기가 그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그랬다.강원경제의 좌표를 냉정히 판단하고 잠재된 역량을 이끌어 낸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올해 말,한해의 강원도 경제를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꿔본다.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디지털헬스케어와 강원형 노사상생모델인 이모빌리티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영서남부지역의 투자와 일자리가 확대됐다.영서북부지역에서는 레고랜드 준공과 제2경춘도로 신설을 앞두고 게임과 토이로봇 관련 전문인력들이 대거 유입되고 창업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 해 산불과 태풍으로 피해가 컸던 영동지역에서는 본격적인 복구사업이 이뤄지고 플라이강원이 본격 운항하면서 건설업과 관광업을 선두로 경기가 되살아났다.

군병력 축소로 경기가 위축됐던 북부지역은 남북관계가 다시 개선되고 DMZ를 생태평화벨트(그뤼네스 반트·Grunes Band)로 추진키로 함에 따라 평화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남부지역의 경우 기후변화와 스마트농법 도입에 따라 사과 등 농작물 생산과 가공업체가 늘어났으며 힐링치유센터 설립 등 산지에 대한 개발논의도 활발했다.

이와 같이 강원도 전역의 경기가 회복되고 산업구조와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20∼30대를 중심으로 전입 인구가 늘고 출산율도 상승세로 반전됐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몫이라고는 한다.그러나 기대나 각오만으로는 부족하다.경기회복을 위한 노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겠지만 속도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방향성과 디테일이다.강원도의 취약한 경제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세밀한 대책을 마련하고 그간 축적된 성장잠재력 확충 요소를 활용,강원경제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틀이 조성되도록 도민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하쿠나 마타타! 모든 일이 잘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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