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으로 빗물 퍼 날라"…평창·홍천·화천·태백 축제장 대책마련 분주
축제장 주변 겨울 한 철 장사 상인들 울상 '발 동동'

▲ 겨울 축제 시즌 시작을 앞두고 추위가 찾아오지 않아 강원 지자체들의 고심이 깊은 가운데 26일 꽁꽁축제가 열릴 홍천강이 채 얼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천군은 축제장으로 활용할 강이 충분히 얼지 않아 축제를 1주일 늦추기로 최근 결정 했다.2019.12.26
▲ 겨울 축제 시즌 시작을 앞두고 추위가 찾아오지 않아 강원 지자체들의 고심이 깊은 가운데 26일 꽁꽁축제가 열릴 홍천강이 채 얼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천군은 축제장으로 활용할 강이 충분히 얼지 않아 축제를 1주일 늦추기로 최근 결정 했다.2019.12.26
개막을 불과 나흘 앞둔 화천산천어축제는 메인프로그램인 얼음낚시터 사수에 나섰다.

최근 겨울답지 않은 날씨 탓에 일주일 개막을 연기한 마당에 이날 '설상가상' 비까지 내리자 축제장을 지키려는 총력전이 펼쳐졌다.

이날 새벽부터 축제장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500여 명의 공무원은 얼음낚시터 등에서 흐르는 빗물 차단작업에 투입됐다.

이들은 축제장 상류 물길을 돌리는 한편 주변 배수펌프 가동과 함께 빗물을 삽으로 퍼 트럭에 실어 나르며 안간힘을 썼다.

▲ 겨울비가 내린 7일 오전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장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제작이 마무리된 대형 눈조각에 비닐을 덮어 보호하고 있다. 2020.1.7
▲ 겨울비가 내린 7일 오전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장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제작이 마무리된 대형 눈조각에 비닐을 덮어 보호하고 있다. 2020.1.7
화천천 2.4km, 축구장 26개 면적의 축제장 바깥 경계에 비닐과 모래주머니도 쌓았다.

또 축제장 얼곰이성에 조성된 3층 높이의 눈 조각과 맨손잡기 체험장 주변에 눈으로 만든 조형물 훼손을 막고자 대형 비닐을 덮는 작업도 이뤄졌다.

지난 4일부터 사전에 예약한 외국인 관광객 전용 낚시터는 이날 문을 닫고 데크가 마련된 루어 낚시터로 대체했다.

화천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내린 강수량으로는 축제 운영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앞으로 계속 비가 내리면 대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라며 "일단 기상 상황을 지켜보며 방수 작업 등에 총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홍천강 한복판에서 열리는 홍천 꽁꽁축제는 하늘만 바라보는 처지다.

비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홍천강 얼음두께가 20cm가량 얼었지만, 비가 내리면서 현재 3∼5cm가량 줄어들었다.

속절없이 홍천강 얼음이 녹아내리자 홍천문화재단은 대안을 마련해 축제를 예정대로 열기로 했다.

지난 3일 개장하려다 일주일 연기한 꽁꽁축제는 얼지 않은 강 위에 부교(浮橋)낚시터를 설치했다.

자연적인 얼음벌판이 아니라 인공으로 만든 부교 위에서 구멍을 뚫어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이다. 아울러 육지에서 즐기는 실내낚시터와 맨손잡기 체험장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개막을 앞두고 '눈 가뭄'에 시달리는 태백산 눈축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태백시는 축제장인 태백산국립공원 당골광장에 설치 중인 눈 조각 작품 55개에 모두 비닐을 씌웠다.

개막을 앞두고 한창이어야 할 눈 조각 작업은 2일간 잠정 중단하고 기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기로 했다.

일단 축제는 예정대로 10일 개막하지만, 이후 2일가량 눈 조각 작품 제작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태백시 관계자는 "축제를 앞두고 겨울비가 내려 속상하지만, 다음 주께 예정된 눈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겨울비가 내린 7일 오전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장에서 공무원들이 얼음낚시터 행사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을 퍼내고 있다.
▲ 겨울비가 내린 7일 오전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장에서 공무원들이 얼음낚시터 행사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을 퍼내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28일 개막한 평창 송어축제는 이날부터 얼음 낚시터를 비롯한 체험행사장 운영을 잠정 중단하고, 주변 먹거리촌 등만 운영하기로 했다.

축제위원회 측은 10일까지 행사를 잠정 중단할 예정이지만 기상 상황에 따라 재개장을 앞당기거나 늦춰지는 등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속초 엑스포공원에 조성된 눈썰매장과 춘천 오월리 빙어축제장 등 크고 작은 겨욱축제장 곳곳이 때아닌 겨울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겨울축제를 통해 한 철 장사를 기대했던 축제장 주변 상인들은 울상이다.

축제장에 쏟아지는 때아닌 물난리에 상인들은 야속한 겨울비가 그치기만 학수고대하는 분위기다.

전명준 홍천군 번영회장은 "개막을 앞두고 내리는 비에 축제를 준비한 지자체는 물론 겨울축제만 기다려왔던 상인들도 한철 특수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하루속히 비가 그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얼음 낚시터 주변에서 장사하는 상인 박모(58)씨도 "오로지 겨울축제만 바라보고 준비했는데 겨울비가 내려서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강원지역 낮 최고 기온은 3∼9도로 평년 영하 2∼영상 6도보다 4도가량 높을 것으로 예보돼 겨울답지 않은 날씨는 주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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