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미의 밑줄긋기] 신대엽 ‘그림이 된 사람들’ 전시
9인의 보통 사람들 작가시선 담아
단순 외연 아닌 고유 이미지 포착
‘삶’ 반추하게 하는 따뜻함 느껴져

▲ 춘천 느린시간(대표 박미숙)에서 선보이고 있는 신대엽 작가의 ‘그림이 된 사람들’
▲ 춘천 느린시간(대표 박미숙)에서 선보이고 있는 신대엽 작가의 ‘그림이 된 사람들’


“가장 보통의 사람들이 주인공이다.깊고 조용한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면 거울 속에서도 찾지 못했던 낯선 자신,새로운 이웃을 만나게 된다.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렸거나,우리가 바라는 세상의 사람과 닮았는지도 모른다”(신대엽 ‘그림이 된 사람들’ 전시설명 중)

[강원도민일보 한승미 기자]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10여년 전 은사를 만났다.그 카페 벽에 걸린 작품 속에서다.고뇌에 빠진듯 어딘가를 응시하는 모습.선생님께 이런 모습이 있었던가.항상 웃는 얼굴만 보여주셨던 선생님에게서 난생 처음 본 모습이다.

춘천의 한 카페에서 아홉 명의 ‘보통사람’들이 그림이 됐다.남들이 모르는,어쩌면 본인들도 몰랐던 모습이 한 폭의 작품으로 담겼다.중학생부터 흰 머리 할머니까지 나이와 성별도 다양한 사람들.사춘기 소년은 푸른빛이 감도는 회색 배경 위에서 귀여운 시크함을 자랑하고 어느 할머니는 노란 바탕 위에 그려져 인자함을 뽐낸다.

사람들은 종종 사진 같은 그림을 잘 그린 것이라고,그림 같은 사진이 잘 찍힌 것이라며 감탄한다.하지만 잘 그렸다는 ‘사진 같은 그림’의 영역은 서양화의 몫으로 간주됐다.

신대엽 작가는 인물화를 한국화에 끌어들였다.티셔츠의 자잘한 호피무늬나 부드러운 감촉의 스카프는 실제 원단을 사용했나 하고 눈을 비비게 만들 정도로 정밀하다.반면 일부 인물들은 실제 모습과 약간 달라 보이기도 한다.묘사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신 작가는 피사체의 여러 모습을 꿰뚫은 후 본인이 생각하는 이미지의 옷을 덧입혔다.

작품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인물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예상치 못했던 모습에 놀라 자신의 삶을 돌아본 사람도 있고,80대 어느 할머니는 고운 모습만 담아줬다며 영정사진으로 사용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사람이 아닌 삶을 그린 신 작가의 인물화를 가만히 보다 보면 나의 삶은 어땠는지 또 타인에게는 어떻게 비춰졌을지 조용히 자문하게 된다. 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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