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서 고국품 돌아와
16세기 문신 박충간 발문 확인
현존 관동도 중 연대 가장 올라
기록만 있던 제작 양상 등 증명
미술계 회화사적 의미 재조명


[강원도민일보 김여진 기자] 지난 해 일본에서 고국 품으로 돌아와 처음 공개된 ‘경포대도(鏡浦臺圖)’와 ‘총석정도(叢石亭圖) ’의 회화사적 의미가 재조명되고 있다.해당 그림에 발문을 쓴 사람은 16세기에 활동한 문신 박충간이라는 연구 결과도 함께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13일 발간한 ‘미술자료’에서 이수미 박물관 미술부장은 ‘16세기 실경산수화 이해의 확장:경포대도,총석정도를 중심으로’를 통해 두 그림의 제작시기와 발문 작자,양식상 특징 등을 분석했다.

‘경포대도’와 ‘총석정도’는 강릉 경포대와 북강원도 통천의 총석정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해 재일교포 고 윤익성 회장 유족으로부터 기증 받아 특별전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이번 논문에서 이수미 부장은 기존에 밝혀지지 않았던 발문 작자와 관련,낙관 등에 근거해 명종과 선조시대 활동한 문신 박충간이라고 주장했다.발문의 작자로 나와있는 ‘상산일로(商山逸老)’라는 인물이 형조참판을 지낸 박충간으로 짐작되며,그가 1557년 봄 홍연이라는 인물과 함께 금강산과 관동 지역을 유람한 후 시를 짓고 병풍을 제작했다는 것.작품 제작시기는 박충간이 자신을 노인으로 칭한 것으로 보아 그가 50대를 넘긴 16세기 후반쯤으로 추정했다.

문헌을 통해 고려시대부터 여러 화가가 병풍이나 첩 형태로 관동지역 명승도를 그렸던 것이 확인되지만 관련 기록에 비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작품은 없었다.이런 가운데 이들 두 점이 현존하는 관동도 중 연대가 가장 올라가는 예로 증명,기록으로만 남아있는 관동도의 제작 양상을 알게 해준다고 분석했다.발문을 통해 경포대도와 총석정도가 병풍의 일부였으며 발문이 쓰여진 총석정도가 마지막 폭이었을 것으로 봤다.

흑백대조와 수직적 준법이 구사된 총석정도의 파격적 구도에도 주목했다.화면에 중심 축을 두고 돌기둥들이 첩첩이 도열,3단계의 깊이감으로 배치해 공간감을 조성한 점이 이후 화단의 새로운 유행을 예시했다고 봤다.하지만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들 그림에 대해 이수미 부장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관동도’로 한국 실경산수화 전통 이해에 획기적인 자료”라며 “그간 확인할 수 없었던 16세기 실경산수화의 다양한 형태와 구도,시점의 면모를 보여줘 회화사적 의미가 크다”고 했다.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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