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조 화천군 행정동우회장

신조어로 공무원은 ‘어공’과 ‘늘공’으로 나눤다고 한다.‘어공’은 ‘어쩌다 공무원’으로 어려운 시험도 안 보고 인사청문회도 안 거치고 정무적 필요에 의하여 임용된 공무원이다.‘늘공’은 정년이 보장되는 ‘늘상 공무원’인 직업 공무원의 줄임말로 시험을 거쳐 임용된 공무원이다.경기 불황과는 상관 없고 명예퇴직이라는 것과도 상관없는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들이다.

요즘 ‘늘공’들은 ‘어공’ 때문에 일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정무라인 쪽에 있는 ‘어공’들이 정책을 좌지우지 하니 공무원들은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하려다가도 정무라인 말 한마디에 정책이 뒤바꿔지니 소극 행정으로 이어갈 수 밖에 없어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방행정 조직도 무슨 정책보좌관 등의 정무직 공무원들이 여러 명 있다고 한다.선출직 공무원인 도지사와 시장·군수들이 정무적 판단에 의해 임용했다.하지만 이들이 과연 정책 수행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라고 본다.정부가 일자리 핑계로 공무직 등 임시직 숫자를 많이 늘리고 예산을 과도하게 증액시키는 것도 결국 미래 세대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 행정은 지극히 보편 타당해야 하고 절대 다수의 이해와 요구에 부합해야 한다.때문에 행정은 기업활동과 달리 보수적일 수밖에 없고 변화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만일 공무원 개인의 소신이나 자기 철학이 행정에 과도하게 작용한다면 공공의 이익을 해칠 수도 있을 것이다.공무원의 영혼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야 한다.요즘 기업 운영이 얼마나 힘든지 지난 해 12월 어느 일간지 칼럼에서 (주)신이랜드 이은구 대표는 “‘어공’이 물러나면 기업이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정권이 바뀌어도,또 자치단체장이 교체 되더라도 정책의 일관성이 지속돼야 하는데 “내가 하지 않았고 전직이 했다”는 이유로 사업을 중도에 폐지하거나 ‘적폐’라는 이름을 붙여 정책을 바꿔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이렇게 하면 정책의 장기발전 계획도 세울 수 없어 결코 국가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지난 해 부산시의 경우 현 오거돈 시장이 “부산시정을 부시장과 실국장 중심으로 체제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정무라인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취지는 아닐지라도 직업 공무원들이 주체가 되어 시정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이는 매우 긍정적이다.직업 공무원에게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시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으로 환영할 일이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은 512조로 역대 최대이고,지방자치단체 예산도 수십조원이다.이를 집행하는 것은 결국 공무원들이다.한 분야에서 수십년 근무한 전문화된 공무원들이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효율성을 극대화 한다.하지만 갑자기 출세한 ‘어공’들이 정부 예산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안겨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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