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현대인은 분주한 생활 속에서 복잡하고 의미 없는 인간관계와 쏟아지는 잡다한 정보로 인해 의도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휴식과 정신적 안정을 꾀하려고 한다.그러나 오히려 고독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고독한 시간을 갖기는 쉽지 않다.

고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크게 3가지다.우선 자신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조직과 규율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는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하기 때문에 감정이 억압되고 창조성과 자아가 파괴된다.고독은 인간관계를 아쉬워하는 외로움과는 달리 자립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며,내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성장의 시간이 될 수 있다.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공부도 하며 생각을 깊게 할 수 있다.

둘째,감정을 자제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독한 시간에 우리는 각자의 공간에서 그동안 함께 나누었던 시간을 되새기고 곱씹을 수 있다.혼자 있어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어야 함께 있는 시간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가식적인 사회생활의 이면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휴식을 즐기며 다음 행동을 모색할 수 있다.

셋째,내면의 부조화를 인식하고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자아와 주변 환경과의 갈등을 진단하고 치유할 수 있는 순간은 바로 고독한 시간이다.타인의 시선 속에서는 정확한 자기인식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타인의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독을 견뎌냈을 때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타인에 대한 기대도 실망도 접어버리고 오로지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우리는 매 순간 고독을 견디며 앞으로 나아간다.막상 혼자가 되었을 때 무력함과 두려움이 앞서는 경우가 있지만 그 순간이 바로 위기이자 기회다.우리 마음 속에 남아있는 내면아이와 작별할 시간인 것이다.

고독에 취약한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홀로 처리하지 못하고 늘 주변에 의지한다.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앤서니 스토(Anthony Storr)는 혼자 있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라고 했다. 고독에 맞서는 능력이야말로 이별,죽음,스트레스 등을 극복하고 내면 깊숙한 곳의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축복이다.니체,쇼펜하우어,파스칼,카프카,칸트,키에르케고르,베토벤,미켈란젤로,뉴턴 등 독신으로 지내며 역사를 이끌어간 인물들에게 고독이 없었다면 그들은 그토록 창조적인 작업을 해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다산 정약용도 40세에 강진에서 18년간의 고독한 유배 생활 중에 ‘목민심서’를 비롯한 50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 고독 속에서 숙고를 마친 사람은 다시 도전할 용기를 낸다.하지만 실패 이후의 고독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은 이 순간의 실패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행동하며,좌절감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고독할 수 있는 용기는 역경에 맞설 수 있는 내면의 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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