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없다.지금 여기가 영원할 것 같지만,사실은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는 중이다.무엇엔가 집착하고 강박을 갖는 것은 따지고 보면 허상을 좇고 있는 것과 같다.오늘의 재물과 권력,명예가 영원할 것 같지만 오래 머물러 주는 것이 아니다.오늘의 젊음이 마냥 그대로일 것 같지만 어느 날 거울 앞에 백발의 노인으로 서 있는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때로는 야속하지만 이 시간의 질주를 멈추게 할 도리는 없다.고통스러운 시간이 닥치면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좋다싶은 시절엔 좀 더 머물고 싶어 한다.그러나 그것은 간절한 염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공평하게 주어지는 그 절대의 시간은 임의로 재단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열흘 붉은 꽃이 없고,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다.모든 것은 그렇게 변한다.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그 사실 뿐이라고 한다.꽃피는 봄날은 빨리 지나가고,혹한의 겨울은 길게 느껴진다.때로는 잡아두고 싶고 때로는 밀어내고 싶은 마음때문이다.짧은 봄도 긴 겨울도 결국 제시간에 오고 또 간다.계절은 딱 정해진 시간만큼 채우고 넘어간다.

어제는 1년 24절기 중 마지막인 대한(大寒)이다.대한은 큰 추위가 닥친다는 뜻인데,이름만큼 무섭지 않다.이 거창한 이름 속에는 수명이 다한 겨울의 위세를 애써 숨기려는 허세가 얼마쯤 있다.지난해 2월 입춘을 시작으로 춘하추동 계절마다 6개의 절기를 다 거쳐 대한까지 왔다.24절기는 자연계의 변화 기미에 맞게 징검다리처럼 놓여 농사와 일상의 길잡이가 돼 준다.

대한추위가 별 것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어제는 포근하기까지 했다.추위 없이 맞은 대한에 김빠진 느낌이 없지 않다.강원도의 겨울은 매운맛이 자랑이다.춥지않는 날씨로 인해 미뤄진 화천 산천어축제가 오는 27일 지각 개막되는데,그래도 가는 겨울의 대미(大尾)가 되기를 바란다.보름 뒤면 다시 입춘(立春)이다.긴 겨울의 끝에서 저마다 꿈꾸던 봄을 만나길 소망한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