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피날레 장식, 뮤지션 인정받는 계기”
장애인·비장애인 함께 구성
건강한 에너지로 폐막식 꾸며
작년 평창·춘천 등 도내 공연
“결속력·자신감 얻게 된 무대”

▲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구성된 배희관 밴드.왼쪽부터 양동찬(기타),손주은(베이스),배희관(보컬),윤형진(키보드),김명규(드럼).
▲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구성된 배희관 밴드.왼쪽부터 양동찬(기타),손주은(베이스),배희관(보컬),윤형진(키보드),김명규(드럼).

[강원도민일보 김여진 기자] 2018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은 대회 자체가 기록적인 성과만큼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4번의 개·폐막식도 숱한 화제를 낳았다.전세계의 탄성을 자아낸 드론 오륜기와 뜻밖의 시선강탈 ‘인면조’,패션크루(자원봉사자)들의 율동,김연아의 아이스쇼 성화점화까지…

그리고 그 큰 스타디움을 소리와 몸짓으로 꽉 채운 문화예술인들이 있었다.현장공연은 1번으로 끝났지만 수많은 화젯거리를 낳은 프로그램 기획 자체와 공연 하나하나가 올림픽 문화유산,소프트레거시로 남았다.그 자리에 섰던 주인공들에게 2년전 뜨거웠던 겨울의 막전막후 이야기를 다시 들어본다.

▲ 평창동계패럴림픽 폐막식 무대에 올라 피날레를 장식한  배희관 밴드 공연모습.
▲ 평창동계패럴림픽 폐막식 무대에 올라 피날레를 장식한 배희관 밴드 공연모습.


“우리 중 누가 걸려 넘어지더라도 흙먼지 털어주며 함께 가는거지…(중략)…끝까지 함께 가보자는 거야/과연 우리 앞에 기다릴 날들이/특별한 날들인지 그저 그런 날들인지 확인해보자는 거야야(배희관 밴드,‘심지가 곧은 딴따라가 되자’ 중)”

평창동계패럴림픽 폐막식 무대에 올라 피날레를 장식한 ‘배희관 밴드’에게 2018년 3월 평창의 무대는 여전히 뜨겁게 남아있다.밴드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배희관(시각장애 1급)씨는 “그 날 그 무대의 기억은 선명하다.긴장과 설렘이 어제 일 같다”며 “조직위에서 저희 밴드를 먼저 찾아보시고 섭외하셨다고 해서 정말 놀랐다”고 회상했다.2013년부터 홍대씬을 중심으로 활동한 밴드는 평창동계패럴림픽 폐막식 ‘문화공연-행복,피어나다’ 무대에 오르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당시 자작곡 ‘존재감’으로 전세계패럴림픽 선수들을 격려했다.헤드라이너를 맡은 가수 에일리와 함께 꾸민 ‘그대에게(신해철)’ 공연에서는 “카리스마에서만큼은 밀리지 말자”는 다짐과 돌발 상황에 대비한 안무 연습 수준의 준비로 박력을 더했다.당시 평창조직위 관계자는 “장애 유무나 성별,인종 등의 차이가 그 어떤 편견으로도 확장되지 않고 음악 안에서 건강한 힘을 주는 밴드의 에너지가 패럴림픽과 꼭 맞았다”고 설명했다.

배희관 밴드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활동하는 보기 드문 구성으로 활동한다.배희관과 양동찬(기타),손주은(베이스),윤형진(키보드),김명규(드럼)의 5인조다.특수교사로 일하는 배씨,키보드의 윤형진씨가 시각장애인이다.패럴림픽 이후 이들은 ‘밴드를 하는 장애인’에서 ‘뮤지션’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배씨는 “그렇게 큰 무대에서 자작곡을 부를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였고,개인적으로는 부모님께서 드디어 제가 음악하는 것을 인정해주시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덕분에 무대에 설 기회도 더 많아졌다.지난 해 여러 번 강원도를 찾기도 했다.평창에서 열린 ‘평창의봄’ 페스티벌을 비롯해 페스티벌 나다,상상마당 춘천의 스튜디오 라이브 등에서 도내 관객들을 만났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배씨는 “우리의 자신감,큰 무대가 주는 위압감에서 오히려 느낄 수 있었던 겸허함,서로를 더 믿고 의지하는 결속력 등이 커졌다.내부적으로 단단해졌다”고 했다.

▲ 배희관 밴드 디지털싱글 ‘심지가 곧은 딴따라가 되자’ 앨범 커버.
▲ 배희관 밴드 디지털싱글 ‘심지가 곧은 딴따라가 되자’ 앨범 커버.


이에 따른 결과물이 지난 16일 디지털 싱글로 발표한 ‘심지가 곧은 딴따라가 되자’다.예술하는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굳은 뚝심과 바르고 곧은 생각,정의롭고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밴드의 고지식한 믿음을 모던록 사운드에 담았다.멤버들이 사회의 시선에 치여 주저앉고 싶을 때 서로 위로하기 위해 만든 곡이기도 하다.이 시간에도 도쿄패럴림픽,베이징패럴림픽을 위해 땀흘리고 있을 장애인 선수들에게도 응원이 될 법하다.

“아직도 ‘배희관 밴드’라고 하면 패럴림픽 무대를 먼저 이야기하는데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가 있는 밴드가 되어야겠습니다.뮤지션이라면 아무리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고 벼락이 쳐도 제 갈 길을 가야지요.우리 모두 다 그렇지 않을까요?”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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