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스타드호 사건’은 1839년,53명의 아프리카계 사람들을 노예로 싣고 쿠바를 떠난 스페인 노예 무역선에서 발생했다.노예로 팔려가던 조제프 싱케(Joseph Cinque)는 끈질긴 노력 끝에 자신의 쇠사슬을 풀고 동료들과 함께 봉기를 일으켜 이 배의 선장과 요리사,선원 등을 살해한 후 고향인 아프리카로 가려했다.

하지만 운항법을 몰랐던 이들은 서류상 그들의 소유주로 되어 있던 스페인 선원 2명에게 키를 맡겼는데 흑인들을 속이고 배를 아프리카가 아닌 노예제가 남아있는 미국으로 몰고 갔다.미 해군에 붙잡힌 흑인들은 ‘노예들이 스페인 사람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스페인 정부와 연방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인 끝에 모두 석방됐다.이과정에서 선원살해 혐의도 ‘자유를 지키기위해 어쩔수 없는 일’이라며 무죄를 선고 받았다.

180년도 더 지난 ‘아미스타드호 사건’이 최근 회자되고 있는 것은 ‘검사내전’의 저자로 잘 알려진 김 웅 전 법무연수원 교수가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사표를 내면서 검찰 내부망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남긴 글에서 “우리에게 수사권 조정은 아미스타드호와 같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며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고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고 강하게 비판했는데 5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릴 정도로 이슈가 됐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선택적으로’ 칼을 휘두른 검찰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한 권력기관간 견제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커진 경찰의 권한을 민주적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자치경찰제와 국가수사본부 설치 등이 한세트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해서 ‘생활형 검사’가 ‘권력형 검사’처럼 비분강개하는 것은 잘못된 조직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