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현재는 과거에 비해서 매우 개방적이라고 볼 수 있으나,내면적으로는 그다지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도 같다.신체적 노출은 잦아도 마음은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감정적인 고통을 억누르거나 적어도 겉으로는 행복하게 보이려 애쓴다.

우리는 가끔 슬픔이나 외로움을 느끼며 다른 사람들처럼 행복하다고 여기지 않는다.그렇지만 의연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부끄러운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가장을 하고 누가 안부를 물으면 미소로 화답한다.고통을 감추고 웃음을 띠거나 용감한 표정을 짓는 법을 배우고,울화가 치밀어도 내색하지 않고 ‘쿨’하게 넘긴다.우리는 자신이 원하거나 해야 하는 역할에 적합한 연기를 하며 인간성을 부정하는 기만에 공모하는 수가 많다.

우리의 마음은 우리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평온해진다.직업상 항상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감정 노동자들은 우울증,스트레스,고혈압,심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승무원,안내원,상담원,의료계나 접객업소 종사자,연예인 등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거나 수시로 대인접촉을 하는 경우에는 감정적 기만과 정신적 부담에서 회복하기 위한 틈새 시간이 필요하다.그 시간에 믿을만한 친구에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거나 일기를 쓰거나 혼자 시간을 보내며 가면을 벗고 진실한 감정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의기소침할 때는 스스로 강하다거나 잘 해나가고 있다고 반복해서 말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많이 소개됐지만,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독백이나 자기 격려의 효과도 적지 않다.기분이 우울할 때 우리 자신이나 믿을만한 사람에게 자신이 슬프다거나 괴롭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강하다거나 행복하다고 선언하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

감정을 억제하거나 가장하는 것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불행하게 만든다.우리가 아주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면 상대방은 우리를 보면서 더욱 불행하게 느끼면서도 그 고통을 숨기려고 한다.우리가 감정을 숨기면 상대방도 숨기게 되고,우리는 상대방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더욱 불행하다고 느낀다.그래서 모두 미소를 짓고 가식적인 말과 몸짓을 하면서 기만과 우울증에 빠진다.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상에 남기는 글과 사진에는 그와 같은 인위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

물론 감정,특히 부정적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이 적절치 않거나 도움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따라서 감정을 여과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표현해야 한다.가족이나 친구,이웃에 대한 불만과 갈등으로 감정이 폭발될 찰나에서는 자제력을 발휘하여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그러나 진심으로 근황이나 안부를 묻는 말에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우리 자신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희망을 품게 할 수 있다.감정을 억제하거나 숨기는 것을 항상 미덕으로 여기며 가장하지는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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