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피그말리온 일화는 많이 알려진 얘기다.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라는 섬에 살고 있는 조각가다.그는 성적으로 문란한 키프로스 섬의 여인들을 멀리하며 독신으로 살았다.현실의 여인들을 외면한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인상을 조각상으로 만들었다.그리고 마치 살아있는 여인을 대하듯 말을 걸기도 하고 선물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결국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여인 조각상을 사랑하게 된다.피그말리온에게 조각상은 연인 이상이었던 셈이다.피그말리온은 마침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축제일을 맞아 여인상을 아내로 맞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조각상에 입맞추었는데,그녀의 입술에서 온기가 느껴졌다.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소원이 이루어졌음을 깨달은 피그말리온은 아프로디테 여신께 감사 기도를 올리고,조각상에서 진짜 여인으로 변한 연인에게 갈라테이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아내로 맞았다.아프로디테도 자신이 맺어준 이들의 결혼식에 친히 참석했다고 한다.그 후 이들은 딸도 낳았다니 그야말로 해피엔딩이다.

훗날 수많은 예술가들에 의해 소설과 연극,영화로 재탄생하게 된 이 일화는 오늘날 간절한 관심과 사랑이 조각상을 인간으로 변화시키듯,누군가의 믿음과 격려가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도 낳았다.이는 다른 사람에 대해 기대하거나 예측하는 바가 그대로 실현되는 경우를 일컫는다.특히 주위 사람들에게서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을 받게 되면,예상보다 훨씬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2020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났다.하지만 설 연휴가 이제 지났으니,어떤 의미에서는 이제 비로소 ‘경자년(庚子年)’이 시작됐다고 할 수도 있다.이제부터라도 한해의 소망에 피그말리온의 간절함의 담아 긍정의 힘으로 더욱 값진 경자년이 됐으면 좋겠다.

천남수 강원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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