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걸음걸이 비틀비틀 손가락은 리듬을 타고



문질러 지문을 찍었어 어긋난 문짝은 쉴 새없이 소리를 내지 바람은 조그만 식탁에 앉아 그를 기다려 유리 창문에 엽서를 써서 붙였다 흔들리는 갈대의 몸짓이기도 했어 북풍의 계절 꽃의 시간 전부 액자 속에 담겼어 제대로 된 단 한장의 그림도 되지 못했어 부질없고 모호했지 언제나 되돌리고만 싶은, 힘겹게 들이쉬는 숨, 토하는데 느닷없이 심장이 뛰잖아 그렇게 생각해 안심해도 되는거야 네모난 액자 속에 들어있는 세상 아무것도 부러워하지 마 잠깐 숨 죽여 봐 말을 걸어 길가 얼어붙은 눈 결빙의 시간 지나가면 하나 둘 꽃이 활짝 피어나 물론 곧 지고 말겠지 그래도 영원한 것이 있어 따분할 거야 사람들이 기대하는 말만 쏟아 버리면 해보지 못한 것 실컷 뱉어내 버려 참는 것은 그만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마음이 닿는대로 가는거야 뒷모습을 바라보며 더 이상 심장을 찍어 대지는 마 흐르는 물 불어터진 발가락 오래 걷다가 멈추기도 해야지 먼 길, 밤하늘 별 좌표 짚어 다시 길을 나서야지 다들 자신만 아는 흔적 좊아 길 잃지 않고 결국 돌아오잖아



흡, 숨 막혀



·Modie: 그림 교육을 받지 못한 류마티스 환자인 캐나다의 모드 루이스(Mode Lewis)를 그린 영화, 원제 ‘Modie’를 우리나라에서는 내 사랑으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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