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만 소설집 ‘구름구녕외못빛’
영동 어촌·폐광지 특수성 생생
작가의 경험 바탕 현실적 묘사


[강원도민일보 김진형 기자]익숙한 지명이 등장하는 문학작품에는 더 빠져들기 쉽다.어떤 산과 바다,길의 이름을 공유한 사람들은 묘한 동질감을 갖는다.그러면 숨기고 싶었던 고된 삶에 대한 얘기도 풀어낼 수 있다.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학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강릉 출신으로 영동지역에서 활동하는 류재만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구름구녕외못빛’은 태백,삼척,강릉,동해 등 영동 어촌마을과 폐광지역의 특수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플라스틱 치매’를 비롯해 ‘대장장이와 아다다와’,‘보덕암에 모시고,오다’,‘정동 이발관 아리랑’ 등 9편 모두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산으로 둘러쌓이고 망망한 바다를 앞에 둔 채 척박한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먹고 살기 위해 결혼을 네 번 했던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시집 또 가는 어머니의 집’은 어판장에서 생계를 이어가고,탄광사고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또 묵호에서 강릉까지 어렵게 기차 타고 통학하던 기억을 되살려낸 ‘이미니’는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강릉상고에서 경포로 넘어가던 임영고개를 가리키는 명칭이기도 하다.자신의 이름과 같은 고개조차 넘기 힘들어하는 주인공 모습은 녹록치 않은 삶을 상징한다.






류 작가는 “어떤 지역이든 장소성 없는 문학은 없다”며 “아픈 기억을 억지로 잊고 기록하지 않다보니 지역의 이야기가 후대에 전해지지 않는 현실이다.

이런 유산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담았다”고 강조했다.류 작가는 “지나치게 설명하면 작가의 사유가 과도하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어 꺼림직하다.기존 소설 작법과는 다르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도 작품 말미에는 인간은 서로 감싸안아야 한다는 주제의식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열악했던 환경이 오히려 현재의 자신을 존재하게 만들었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나폴리 다방’에서 임신한 김양은 뱃사람인 남자에게 청혼을 한다.남자는 뱃속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채 덜컥 결혼을 승낙한다.사람에 대한 온전한 사랑 앞에서 핏줄은 처음부터 상관없던 것이었다.

표제작인 ‘구름구녕외못빛’ 또한 구름구멍 사이로 막 쏟아지는 햇빛이라는 뜻이다.

류 작가는 “우리가 현재까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 지역에서 터전을 일구고 살아왔던 사람들 덕분”이라며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사람이라도 평등하게 대접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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