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언바람 묵호태를 아시나요
국내 유일 전통 ‘언바람태’
눈·비 맞지않고 해풍에 건조
80년 명맥 잇는 8가구 생산
갓잡은 명태로 20일간 말려
짧은기간 신선함 유지 특징
붉은 빛 맛·영양 보존 우수


“언바람 묵호태를 아시나요.”

겨울철 찬바람이 부는 요즘 동해시 묵호진동 덕장길 일대에는 ‘묵호태’를 만들기 위해 명태를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묵호태는 11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명태를 바람에 말려 만드는 북어의 일종으로 찬 바닷바람으로 말려서 ‘언바람태’로 불린다.언바람태인 묵호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통 건조방식으로 눈과 비를 맞지 않고 순수하게 해풍으로만 말려 맛과 영양이 잘 보존되는 것이 특징이다.묵호덕장은 동해 바다가 인접한 해발 70~80m의 높이에 위치해 적당한 해풍과 습도,온도 등 명태 건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동해시는 최근 언바람 묵호태로 상표등록을 마치고 묵호 일원에서 생산되는 모든 묵호태에 상표를 붙여 출하하고 있다.



▲ 묵호덕장은 동해 바다가 인접한 해발 70~80m의 높이에 위치해 적당한 해풍과 습도,온도로 묵호태 생산에 최적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묵호태의 시작

동해시 묵호동 덕장길에서 묵호태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약 8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무연탄을 선적하던 조그만 포구였던 묵호항이 1941년 국제 무역항으로 개항하면서 오징어와 명태잡이 배들로 북적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어부들과 그 가족들이 산비탈에 판잣집을 짓고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전통 건조방식으로 오징어와 명태를 말리기 시작했다.묵호항이 최고로 번성했던 1960년대 동해시 묵호진동 고지대 주민들은 집집마다 가내수공업으로 말린 명태를 판매해 생계를 유지했다.

이후 덕장의 모습을 갖춘 50여 가구에서 대규모로 묵호태를 생산했지만 감소하는 어획량과 생산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현재는 8가구만이 80년 전통의 묵호태의 명맥을 잇고 있다.

현재 묵호덕장이 있는 행정구역은 묵호진동으로 도로명 주소는 덕장1길이다.덕장1길은 묵호등대와 현재 유명 감성관광지인 논골담길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남서쪽 맞은편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묵호덕장 사람들은 겨울철 차디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명태를 말려 우리나라 최고 품질의 묵호태를 탄생시키기 위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 출하작업을 마친 언바람 묵호태
#묵호태와 황태,먹태의 차이

명태를 말리는 덕장이라면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와 평창군 횡계리의 황태덕장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현재 묵호태와 황태는 러시아산 명태를 수입해 사용하는 것은 같지만 건조 과정에는 사뭇 차이가 난다.맛도 다르고 식감 또한 큰 차이를 보인다.

황태와 묵호태의 가장 큰 차이는 건조기간이다.황태는 명태를 산속의 덕장에서 눈과 비를 맞혀가며 얼렸다 녹혔다를 반복하면서 3~4개월 동안 말린 뒤에 한꺼번에 출하한다.그러나 묵호태는 11~12월 겨울철 갓 잡은 명태로 약 15~20일간의 건조작업을 거쳐 생산,4개월 동안 4~5회 정도 출하한다.

따라서 묵호태는 황태에 비해 말리는 기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신선함을 유지한다는 것이 묵호태의 특징이다.또한 묵호태는 햇빛과 바람으로만 건조되고 비와 눈,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방수포를 덮어 건조도를 높여 위생적이며 자연상태로 건조돼 눈알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맥줏집 등에서 안주용으로 인기리에 사용되는 먹태는 건조 과정 중에 눈과 비를 맞아 겉부분이 검은 색을 띤다.이에 비해 묵호태는 붉은 빛을 띠며 윤이 나고 속은 짙은 노란빛을 지니고 있다.

▲ 잘마른 묵호태를 싸리까지 나무에 10마리 또는 20마리씩 꿰는 관태작업을 시작한다.
#언바람 묵호태의 비상

동해시는 묵호의 역사를 간직하면서 뛰어난 상품성을 지니고 있지만 서서히 사라져가는 묵호태의 명맥 유지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시는 지난 2016년 전통해풍건조 ‘언바람 묵호태’로 상표 등록을 마쳤다.이어 지난 2017년 묵호덕장마을 관광자원화 용역을 실시,올해 묵호진동 덕장마을 일원에 18억 여원을 투입해 묵호태 홍보체험관 건립과 덕장마을 및 묵호태 컨텐츠 개발로 묵호태의 관광 상품화 준비에 한창이다.

이를 토대로 덕장 주민들의 삶과 애환이 숨어 있는 묵호태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담아 지역의 새로운 관광 트랜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또 연간 30만 명 이상이 찾고 있는 묵호항과 논골담길,묵호등대 등과 연계해 묵호태를 소재로 한 관광자원화도 계획 중이다.

얼마 멀지않은 가까운 시일내에 사람 가득한 덕장길 골목마다 묵호태에 맥주 한잔 기울이며 묵호의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언바람 묵호태의 비상을 기대해 본다.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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