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소

나무도 어떤 마음을 키우고 있었다는 걸

몸통을 잘라보고서야 알았다

굴참나무 흰 속살이 키운 검은 나비 한 마리



겨울 하늘로 날려 보낸다



수천의 나비를 도살하고서야

나무도 어떤 마음이 있다는 것을 깨닫다니



사랑을 잊으려는 자학적 노동의 한가운데

나는 끝내 우화하지 못하고 참혹하게

무심한 계절만 톱질하고 있구나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