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4일)은 24절기의 첫번째이자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이다.봄이 오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 ‘반짝 추위’가 찾아온다지만 올 겨울은 역대급으로 포근하다.올 겨울(지난해 12월 1일∼1월 29일) 도내 목측(유인) 관측지점(춘천·강릉)의 평균기온은 2.4도로 지난 1973년 관측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보였다.지난 1980년 -3.6도였던 최저기온에 비해서는 무려 6도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달 7일 낮 기온이 23.6도로 기상관측 97년만에 1월 최고기온을 갈아치웠다.3,4월에 피는 것으로 알려진 유채꽃이 만개했으며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까지 꽃망울을 터뜨렸다.기상 이변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얼음 왕국’인 러시아나 노르웨이에도 나타나 혹한이 몰아쳐야 할 1월 기온이 영상을 기록했다.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낮 최고기온이 133년만의 최고치인 6도까지 올랐고,노르웨이 서부의 순달소라 지역은 19도까지 치솟았다.

‘따뜻한 겨울’은 도내 겨울축제에 직격탄을 날렸다.전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화천 산천어축제가 두차례나 연기된 끝에 겨우 열렸지만 대표적인 체험행사인 얼음낚시는 운영조차 하지 못했으며 평창 송어축제도 이상고온으로 축제 중간에 운영을 중단할 정도였다.더 큰 문제는 식물의 생장이나 번식 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일찍 핀 봄꽃은 다시 꽃을 피우지 못해 벌같은 곤충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따뜻한 날씨에 봄이 온 줄 안 나무가 물을 빨아들이다 꽃샘추위에 얼어죽기 십상이다.

이처럼 ‘따뜻한 겨울’이 된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다.지구 온난화로 차가운 대륙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고 남쪽 서태평양의 바닷물 온도는 높아지면서 동아시아의 기온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이다.기상 전문가들이 ‘날씨는 기분,기후는 성격’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기후의 변화 폭이 적었는데 기후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상이변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따뜻한 겨울’은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자연의 법칙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고 있어 안타깝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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