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우리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했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피해 중국 우한에서 귀국하는 우리 국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이를 막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다행히 지역주민들은 놀라운 시민정신을 발휘해 이를 수용했고,정부는 철저한 방역을 약속했다.생명권과 휴머니즘의 충돌 현장이었다.

인간애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에 해당된다.하지만 자신과 가족의 생명과 충돌된다면,휴머니즘을 지켜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이런 인간의 본성을 잘 드러낸 영화가 한국판 좀비영화인 ‘부산행’이다.2016년 개봉된 이 영화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들의 공격을 피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수렁에 몰아넣는 것을 서슴지 않았던 인물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런데 실제로 영화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우린 인류애를 발휘할 수 있을까.아마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어심리가 먼저 작동할 것이다.여기에 자신을 희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도 있을 터이다.이번에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다시한번 생명권과 휴머니즘의 충돌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전염병의 창궐이 우선 걱정스럽지만,이로 인해 형성되는 사회적 병리현상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폐쇄적인 사회일수록 공포감은 극대화되고 단절과 혐오라는 사회적 감염이 더욱 활성화 된다.그것은 자기와 가족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과잉공포와 극단적 폐쇄 그리고 혐오로 나타난다.그렇다고 이를 생명권 보호를 위한 정당방위라고 할 수는 없다.

이미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동양인에 대한 배척과 혐오감이 위험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요즘 같으면 우리도 중국사람은 일단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바이러스에 대한 지나친 공포는 또다른 사회적 병폐를 낳는다.이는 인종차별,지역차별,경제적 차별 등과 본질적으로 같다.중앙대 정태연 교수는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힘은 내가 위기에 처하면 누군가 도와줄 것이라는 신뢰”라고 했다.

천남수 강원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