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가 중요하긴 하지만 2인자 또한 일등 못지않게 훌륭한 평가가 아깝지 않은 경우가 있다.축구선수 박지성이 유럽축구에서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팀에 큰 기여를 하는 물장수(water carrier)역할을 잘 해냈기 때문이라고 스포츠전문가들은 평한다.물장수는 다른 스타의 역량을 빛나게 만드는 헌신적인 선수를 일컫는 은어이다.박지성선수 활동 당시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맨유의 최고 물장수는 박지성선수이다’라고 말했다.

근데 우리 사회는 일등만 우선하는 성향이 짙게 배어있다.일례로 아이가 ‘엄마 100점 받았어’하고 말하면 한국엄마들은 칭찬하기 전에 ‘너 혼자 100점인거야?’하고 묻는다.100점이라도 홀로 일등이 아니면 칭찬의 필요성이 적어짐을 뜻한다.한국엄마의 정서적반응은 경쟁교육을 받아온 탓에 대체로 등수지향적인 편이다.

실력이 담보된 사람들끼리의 치열한 경쟁일수록 일등만이 집중 조명을 받아서인지 이 경우 이인자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다.올림픽에서 동메달선수들의 표정은 행복해 보인 반면 은메달선수들은 그리 행복해보이지 않은 이유는 동메달선수가 겨우 이겼다는 승리안도감에 기뻐하는 것에 비해 은메달선수는 금메달영광을 놓쳤다는 패배아쉬움에 몰입하기 때문이라고 코넬대연구팀이 분석했다.2등의 자아만족감은 3등보다 훨씬 못한 셈이다.

종편방송 ‘미스터트롯’이 폭발적 인기이다.젊은데 트로트를 잘 부른다는 것도,출연자들 실력이 출중하다는 것도,회를 거듭할수록 예측이 불허되는 각축지세도 큰 볼거리를 제공한다.특히 상대를 반드시 이겨야 살아남는 데스매치(death match)는 치열해 재미가 더 크다.경쟁시작에는 상대의 기를 죽이며 기선을 잡고 노래는 최선의 실력을 발휘키위한 만반의 준비로 임한다.이기고싶은 열망은 간절하지만 승부후에는 승자 패자 서로 어깨동무하고 무대를 떠난다.보기좋은 건강한 경쟁이다.건강한 경쟁에서 사람들이 치는 박수는 승리에 대한 찬사의 박수이기보다는 꿈을 향한 절박한 노력을 칭송하는 격려의 박수이다.일등 이등 등수 상관없이 모두 이긴 사람들로 느껴지는 것,‘미스터트롯’의 인기비결이다.

조미현 교육출판국장 mihyunck@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