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 상실 후 베토벤 음악 탐구

▲ 소리 잃은 음악[로빈 윌리스 지음/홍한결 옮김]
▲ 소리 잃은 음악[로빈 윌리스 지음/홍한결 옮김]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다.‘악성’,‘반신반인’,‘괴팍한 천재’와 같은 수식어에 둘러싸인 베토벤 신화에서 탈피해 귀먹은 베토벤의 창작 행위와 행적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고 베토벤 음악의 위대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탐구하는 책이 나왔다.

베토벤 음악을 평생 연구한 음악학자인 로빈 윌리스가 쓴 ‘소리 잃은 음악’이다.

저자는 아내 바버라에게 닥친 청력 상실을 10여년간 곁에서 지켜보면서 비슷한 청력 문제를 겪은 베토벤 말년을 탐색해나갈 통찰과 동기를 얻게 됐다고 한다.

아내의 장애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길잡이 삼아 청력 상실 후 베토벤 작곡활동을 음악학과 의학의 관점으로 규명하며 베토벤이 장애를 정녕 ‘극복’한 것인지, 그가 써낸 음악이 과연 극복의 산물인지에 관한 질문의 해답을 찾아간다.

이를 위해 베토벤이 남긴 방대한 스케치와 자필 악보, 서간, 필담 노트 등 다양한 기록을 살핀 것은 물론 베토벤이 쓴 여러 종류의 피아노와 ‘청취 기계’, 작곡 도구를 연구하고 직접 체험했다.베토벤이 19세기 초에 쓴 피아노와 공명기의 복원을 시도한 이들과 접촉해 복원된 피아노를 직접 연주해 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작업과 분석을 토대로 저자는 말년의 베토벤이 리드미컬한 곡, 짧고 귀에 꽂히는 동기를 활용하는 곡을 많은 쓴 것은 난청인이 리듬을 가장 쉽게 인식할 수 있고 짧고 특징적인 선율 조각이 청각 기억에 담기 쉽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