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철웅 피아니스트 평양국립교향악단 출신
“2018 북 삼지연악단 공연보며
아는 선후배 얼굴에 감정 묘해
남북청소년오케스트라 운영
올해 3·9월 철원서 음악캠프”


[강원도민일보 김진형 기자]북한 출신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선율은 무심한 듯 깊다.북한 옛 가곡들의 멜로디는 부드러워서 남북이 공유해 온 정서가 고스란히,먹먹하게 들려온다.9일 개막한 2020대관령겨울음악제에서 도민들과 만날 평양국립교향악단 출신 피아니스트 김철웅의 연주 얘기다.김철웅은 손열음,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출신 뮤지션으로 구성된 듀오 ‘아말’과 한 무대에 처음 오른다.공연 타이틀은 ‘피스풀 뉴스(NEWS)’.평화로운 소식이라는 뜻도 되지만,NEWS는 연주자 4명의 출신지역 동서남북(North-East-West-South)의 영단어 앞글자이기도 하다.21∼23일 강릉과 철원,고성에서 열리는 공연에 앞서 김 피아니스트를 미리 만나 남북한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고루 들었다.최근 춘천 ‘남북가곡의 밤’ 공연에서 함경 민요 ‘돈돌라리’를 독주하기도 했던 그는 “남북의 음악을 열린 마음으로 듣다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Q.2020대관령겨울음악제에 참여 소감은.

“동서남북 피아니스트 공연은 예전부터 기획되어 오던 아이템이다.출신 지역을 떠나 4대의 피아노가 하모니를 이룬다는 것 자체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의미다.”

Q.철원,고성 등 접경지에서도 연주한다.

“복잡한 것들이 정치로 얽혀있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지역’은 상관없다.다음에는 진짜 북한에 살고있는 피아니스트가 왔으면 좋겠다.”

Q.최근 한반도 분위기가 다시 경색됐다.

“안타깝다.남한 정부에서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북한도 명분과 문화적 공감대만 형성된다면 그런 노력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그러나 진보와 보수 갈등이 심하고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인식도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평화의 기틀을 위해서는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Q.분단 도인 강원도와 인연이 있다면.

“남북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데 철원에서 올해 3,9월 두 차례 음악캠프를 연다.통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없는 청소년들에게 강원도의 지역적 특성을 알리고 남북한 문화의 어울림을 보여주고 싶다.탈북 청소년들과 서울 성북청소년 오케스트라의 모임이다.중요한 것은 1회로 끝내지 않고 지속하는 것인데 정세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쉽지만은 않다.”

Q.북한 음악은 연주자의 자유가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다.

“테크닉적으로는 완벽한데 경직된 부분이 있다.정박자에 맞추려다 보니 딱딱하다.그때는 그게 정답인줄 알았는데 한국에 와서 감정적인 연주의 맛을 알았다.”

Q.북한 연주자들의 실제 음악환경은 어떤가.

“무악보 연주가 열악한 상황을 반증한다.악보를 구하기 어려워서 단기간에 외운다.외국 영화를 보면 다음날 OST를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청음 실력이 좋다.과거 왜색을 없앤다는 이유로 악보를 불태웠는데 경제가 어려워지자 교과서도 만들기 어려웠고,악보 제작 여력은 더욱 없었다.그래서 남북의 연습량 차이가 크다.남한에서 피아노과 학생들을 가르쳐 준적이 있는데 연습량이 북한의 중학교 수준이라 깜짝 놀랐다.그만큼 차이가 난다.북한은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이 치열하고 대학도 성적 순으로 퇴학시킨다.”

Q.2018평창올림픽 때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와서 큰 인기를 끌었다.

“서울 공연을 봤는데 굳이 남한 노래를 많이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부분에서 실망스러운 점이 있었다.오히려 북한 노래를 많이 했으면 관객들이 감동받았을텐데 속상했다.정상국가 이미지를 보여주려 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로 보였다.”

Q.공연자 중 아는 얼굴들이 많았을텐데.

“감정이 묘했다.선배도 있었고 후배도 있었다.나도 북에 있었으면 같이 왔었을텐데…하는 느낌이었다.서로 인사하는 것도 용납이 안되니까 날 알아볼까 경직되기도 했다.”

Q.현송월 단장도 알았나.

“대학 때 조용하고 눈에 안 띄는 편이었는데 몰라보게 달라졌다.서울 공연의 노래와 연주는 훈련받아온 것 같았다.서울 정치판에 내놔도 될 것처럼 보였다.”

Q.앞으로도 문화에서 평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음악이 남북 화합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음악은 사람을 모이게 한다.언어와 상관없이 오해를 풀 수 있는 매개체다.상처를 어루만지기 때문이다.전세계에 평화 메시지를 주는데 음악의 역할이 크다.남한에서 먼저 북한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필요하다.북한 음악은 클래시컬하고 종교적이어서 열려있는 쪽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북한 가곡을 듣다보면 서로를 이해하는 용서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김진형

김철웅 피아니스트는 1975년생.평양음악무용대학 출신으로 차이콥스키음악원을 졸업,1999년 평양국립교향악단 최연소 수석피아니스트로 활동을 시작했다.2001년 여자친구를 위해 리차드 링클레이더만의 ‘가을의 속삭임’을 연주하다 신고당해 자아비판서를 쓰게 된 것을 계기로 탈북, 현재 서울교대 연구교수를 맡고 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