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커플들이 많다.그것이 ‘성격차이’든 어느 일방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든 제3자의 눈에는 이미 애정이 식어버린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관계가 지속되는 경우다.이미 자식까지 두고있는 부부사이라면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쉽게 헤어지지 못한다지만,단순한 연인관계임에도 최악의 커플관계를 끊지 못하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심리학에서는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인간 본성에 자리하고 있는 일종의 자기방어 기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자신의 판단으로 어떤 선택을 했을 경우 타인에게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기존의 선택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그것이다.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확신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특히 타인의 시선,공동체를 중시하는 우리의 문화도 이를 강화시키고 있다.

다음으로 매몰효과다.경제적 투자는 물론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입하게 되면 이를 지속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많은 투자가 이루어질수록 그만큼 더욱 헤어나오기 힘들다.사귄지 얼마되지 않는 커플의 경우보다는 오래 사귄 커플이 헤어지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그리고 현상유지 편향이다.현재의 조건에서 벗어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다.단골식당을 계속 찾거나 고정 거래처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무엇보다 현재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식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인간본성과 연결돼 있다.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관계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과감한 단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그러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면 결행하기 어렵다.세상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변화를 꿈꾸지만,관계를 끊는 등 변화에 나서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변화를 위한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변화를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인류는 변화를 향한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발전해 왔다는 사실은 변하는 않는다.그것이 연인관계든,사회적 관계든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최악의 상황이라면 결단코 헤어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천남수 강원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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