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19(신종코로나)’감염증의 확산을 중국에서 첫번째로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은 신종코로나 최초 발병지인 우한시내 병원의 젊은 안과의사였다.그는 지난해 12월 30일 우한의대 동창생 7명과 하던 SNS 단톡방에서 ‘화난(華南) 수산시장 환자 7명에 대한 병원 임상 검사 결과,지난 2003년 중국 대륙을 덮친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사스(SARS)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런 내용이 삽시간에 SNS를 통해 퍼져나가자 중국 보안당국은 리원량과 친구들을 소환해 유언비어 유포 죄로 조사한 후 ‘훈계서’를 받으면서 입막음을 했다.82세의 급성 녹내장 환자를 진료하다 폐렴 증상으로 입원한 그는 투병중에도 ‘회복하면 다시 환자를 돌보겠다’는 의지를 밝힐 정도로 의욕을 보였지만 결국 지난 7일 34세의 나이로 사망하고 말았다.

그의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밝을 량’자를 인용해 ‘2020년 가장 밝은 별이 졌다’면서 애도했고,쩡광(曾光)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유행병학 수석과학자는 리원량을 삼국지의 제갈량에 비유하면서 “존경할만 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중국 당국 역시 친정부 언론을 활용해 리원량을 ‘영웅’으로 미화하려 하고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중국 당국의 폐쇄주의와 강압에 대한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소셜미디어에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 이례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지식인들은 “의사들에게 침묵을 강요한 경위를 조사하고 중국 당국은 사과·배상하라”는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발표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정권 출범 후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했던 것을 생각하면 매우 예외적인 일로,리원량의 죽음이 시진핑 체제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시 주석이 최근 신종 코로나 발병이후 처음으로 예방·통제업무 현장을 방문했는데,이를 두고 ‘죽은 리원량’이 ‘살아 있는 시진핑’을 현장으로 부른 것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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