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人┃춘천 김영숙 포토스텝 대표
64세 대학 입학 1년만에 창업
한림성심대 창업지원 도움 받아
회사 열고 군대 사진교육 본격화
세대차 넘어 ‘배움과 치유’ 전달
청년에게 꿈 전하며 에너지 얻어

▲ 김영숙 대표의 사진작품
64세에 대학에 들어간 만학도가 입학 1년만에 창업에 성공했다.춘천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사진가 김영숙 포토스텝 대표.김영숙 대표는 2017년 한림성심대 영상콘텐츠과에 들어가 이듬해 3월 회사를 열고 군 부대 사진교육을 전문으로 진행하고 있다.수익을 바라고 연 회사는 아니다.그간 해오던 미디어 교육과 사진 봉사활동의 발판을 보다 체계적으로 마련하는 차원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한다.5년전부터 해오던 군 부대 사진교육을 창업 후 더욱 꾸준히 하다보니 어느 새 군 장병들에게 ‘엄마’ 같은 사진 선생님이 됐다.

김 대표는 강원시청자미디어센터나 부처간 사업,강원문화재단 등과 함께하는 인생나눔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사진 기초이론 수업부터 체험학습,출사,인화작업까지 군 장병들과 함께 하고 있다.수업을 위해 군부대에 카메라와 인화장비,조명까지 직접 싣고 15사단과 7사단,51연대 등 화천과 인제,고성 등 접경지역 부대로 떠난다.단순 교육을 넘어 엄마,가족같은 분위기를 선물하고 있다.김밥이나 떡 같은 간식을 만들어 설악산 계곡 같은 곳으로 출사도 간다.그야말로 사진 소풍이다.렌즈를 통해 다른 세상을 보여주면서 얘기하면 장병들의 눈빛이 달라진다고 했다.김 대표는 “어떤 장병은 휴가보다 좋다고 해요.꿈을 갖게 되었다는 말,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는 말들이 참 고맙고,세대를 넘어 서로를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창업은 강원도가 도내 대학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콘텐츠산업 창업교육 및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사진 전공지식과 실무를 배운 덕에 가능했다.한림성심대의 창업교육과 창업심의위원회 등을 거쳤다.서정수 영상드론콘텐츠과 교수 등 교수진 도움도 컸다.디지털 카메라를 장병 개인들에게 지원할 수 있고,인화시설과 장비 등을 갖춘 것도 창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김 대표는 “창업교육을 받다보니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어요.시스템 아래 체계적인 단계를 밟으니 일도 훨씬 잘됐죠.단순 교육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데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결국 그 이익은 젊은이들에게 돌아가니까요”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창업 전에도 어르신들을 위한 장수사진 등 사진촬영 봉사를 자주 다녔다.하지만 1주일에 사나흘씩 군부대 사진교육을 시작하면서 이 활동은 잠시 쉬게 됐다.장병들이 되돌려 주는 보람은 크다.지난 해 한해 프로그램을 마무리 하는 차원에서 세종에서 열린 ‘인생나눔 축제현장’에 장병들이 깜짝 방문,무대에서 감사의 편지를 낭독해주기도 했다.

▲ 김영숙 대표는 5년전부터 군부대 사진교육을 하며 장병들에게 엄마같은 선생님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한창 이른 새벽에 일어나기 싫어할 나이에 군대에 와서 얼마나 힘들겠어요.그럴 때 먼동이 트는 새벽하늘의 색깔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한번 관찰해 보라고 합니다.그럼 감동이 오지요.사업을 시작한 목적도 그런 것입니다”하고 설명했다.이어 “삭막한 부대 속에 민들레 홀씨가 날아가는 모습,풀잎에 맺힌 이슬 한 방울,그 속에 담긴 우주를 볼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죠.개미 한 마리가 기어가도 렌즈를 통해 관찰하면 새롭게 보이죠”.사진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관찰하게 하고,그 사색 속에 고된 훈련의 피로를 풀어주는 김 대표만의 교육법이다.

힘들어 하는 장병들에게는 “나도 혼자고 너도 혼자”라는 강한 어조로 고민을 털어주기도 한다.그 과정에서 자신의 인생 이야기도 들려준다.김 대표도 삶을 잇기 어려울 만큼 힘든 시절을 보냈기 때문.그가 카메라를 본격적으로 들게 된 것은 38세 나이에 듣게 된 암 소식.절망 속에서 아이와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김 대표는 “힘들어하는 장병들에게 ‘나도 힘들었지만 살아볼만한 세상이야!’하고 외쳐준다.처음에는 어색해 하던 장병들도 안아주면 출렁이는 감정이 전해질 때가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2000년 시작한 춘천 사진동호회 ‘빛을 따라서’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퇴직 후 사진을 시작한 회원들이 많다보니 80대 회원들과도 함께 한다.군 부대에서는 20대,동호회에서는 80대까지 사진을 매개로 전 세대를 만나는 셈이다.공부는 멈추지 않는다.지난 해 디지털문화콘텐츠학과로 편입,올해 4학년 전공심화 과정에 들어간다.

“아이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시작한 사진이 사업까지 이어질줄은 몰랐습니다.이제는 젊은이들을 만나는데 의미가 있어요.그들에게 꿈을 주도 저도 에너지를 얻습니다”라고 말한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꿈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도 놀지는 못할 것 같아요” 김여진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