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억원 투입 곳곳 끊긴채 설치
제약없이 이동 충분히 가능
허점 드러나도 3차 구축 추진

▲ 화천군 화천읍 일대 도로에 설치된 광역울타리가 인근 밭으로 이어지지 않은 상태로 설치돼 있다.
▲ 화천군 화천읍 일대 도로에 설치된 광역울타리가 인근 밭으로 이어지지 않은 상태로 설치돼 있다.

[강원도민일보 구본호 기자]속보=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멧돼지가 민통선(민간인통제선)을 넘어 광역울타리 바깥에서 잇따라 발견(본지 2월 14일자 5면)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수십억의 예산을 투입해 설치한 최후 방어선인 ‘광역울타리’가 졸속 설치돼 제기능을 못하고 막대한 예산만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이런 상황에서 도방역당국이 3차 광역울타리 설치까지 나서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오전 10시 화천군 화천읍 인근 도로 옆으로 1.5m의 높이의 울타리 곳곳이 뚝뚝 끊긴채 설치돼있었다.인근의 한 밭에 설치된 울타리는 중간이 텅 비어 사람 두 세명이 오가기에도 충분했고 버스정류장 옆 설치된 철책은 광역울타리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덩그러니 방치돼 있었다.주변 농경지와 사유지 출입로의 경우 울타리가 없는 곳도 허다했고 별도로 마련된 출입구 개폐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였다.또 울타리가 쉽게 흔들리는 등 충분히 고정돼있지 않은 상태이다보니 최소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야생멧돼지가 달려들 경우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주민 최모(56)씨는 “광역울타리가 말로만 야생멧돼지 이동을 막는 것이지 곳곳마다 뚫려있는데,멧돼지 길을 만들어놓고 제대로 된 방역이 되겠냐”며 “예산은 예산대로 써놓고 방치된 울타리로 인해 언제든지 멧돼지가 출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야생멧돼지 이동 저지를 위한 1·2차 광역울타리를 파주∼고성간 240㎞에 달하는 구간에 설치해 놓고도 감염 멧돼지가 울타리 밖에서 잇따라 발견되자 접경지역을 비롯한 인접 시·군에 약 45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100㎞구간에 걸친 3차 광역울타리 구축에 나서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선 광역울타리 구축에 도내 시·군비만 54억4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보니 수십억의 예산이 또 낭비될 수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도 관계자는 “입출구 개폐 등 일부 광역울타리 시스템 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담당 인력을 즉각 투입,현황을 파악중에 있다”며 “양돈농가로의 확산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간 협의를 통해 대책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구본호 bon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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