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참정권 의미와 과제 심포지엄
청소년들 ‘찬성 vs 우려’ 이견
전문가 참정권 환영 한 목소리
“피선거권 나이 제한도 고려해야”
강원청소년매니페스토단 구성

▲ 지난 18일 강원연구원에서 열린 청소년 참정권 의미와 전망 심포지엄에서 김중석 강원도민일보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영
▲ 지난 18일 강원연구원에서 열린 청소년 참정권 의미와 전망 심포지엄에서 김중석 강원도민일보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영

[강원도민일보 김여진·한승미 기자]대한민국에서 ‘19금’이었던 정치의 족쇄가 풀렸다.물론 만18세로 빗장이 한 칸 내려간 정도이지만 학교 교실이 문이 정치 현장을 향해 조금 더 열린 셈이다.선거연령은 만18세로 낮추는 선거법 개정으로 4월 15일 제21대 총선에서 처음 투표권을 얻게 된 도내 고교생 유권자는 5025명.이들은 이번 참정권 확대 결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18일 강원도민일보·G1강원민방·춘천YMCA 공동주최로 열린 ‘청소년 참정권 의미와 과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도내 청소년들은 선거권 연령 하향에 환영하면서도 과연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진심으로 정치를 함께 논할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참정권 획득 과정과 후속 대책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지적했다.이들은 “청소년은 미래라고들 하는데 미래를 책임지기 전에 현재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시민”이라며 “학생인권 문제를 포함해 청소년을 위한 진정한 정책이 많아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학교의 정치중립성 등을 포함한 전문가 토론이 끝난 후 발언권을 얻은 이다슬(북원여고 3) 학생은 “오히려 학교가 정치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하게 밝혔다.이 학생은 “교실 안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반박하고,토론해 봐야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다.학습권을 걱정하시는데 직장인들에게는 정치하느라 업무에 소홀하다는 얘기를 안하지 않느냐”고 했다.그는 “그간 교육 공약도 청소년보다 학부모와 교사를 위한 내용이 더 많았다.진정으로 청소년이 배제되지 않는 정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8세 참정권 확대는 환영할 일이지만 그 과정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정치공학적으로 청소년 정치참여권이 좌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것이다.이자민(전인고3년) 학생은 “어른들의 이익에 따라 청소년 의견을 들을지 말지가 결정된 것 같다.당사자인 학생들은 과연 준비됐는지에 대해 간과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양은 “정치에 관심 갖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말을 듣고 있었는데 선거를 4달 남겨놓고 갑자기 투표하라고 하니 저희도 참 난감하다.참정권 확대에 찬성해 주신 어른들이 많다는 것에 감사하지만 부담도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을 위해 부재자나 사전투표와 같은 제도를 정확히 알릴 필요성도 제기됐다.민주시민교육도 선거권을 마주하는 태도,정치참여에 어떻게 임해야 할지에 대해 차근차근 알리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청소년들은 주장했다.

손정희 민주평통 춘천시협의회 청년위원은 “이번 18세 참정권 확대처럼 법안을 먼저 만들고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옳은지,환경부터 만든 후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맞는지 순서도 생각해 볼 문제”라며 “선거권 뿐 아니라 피선거권 나이 제한도 고민거리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김경년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은 다분히 정치적이다.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결론적으로 보면 정치적”이라면서 “현실에서는 정당을 고르는 문제에 불과하다.현실 정치와 학습의 불일치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김 교수는 “청소년들이 지금 가진 지식으로 충분히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 달라”고 격려했다.

이서영 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담당 장학관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지나친 걱정은 하시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다.

도내 청소년 100여명은 ‘강원청소년 매니페스토단’을 구성,보다 본격적인 정책활동에 들어간다.허대영 춘천YMCA 이사장은 “청소년들이 민주주의를 위한 참여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소중한 역할을 찾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이유대 도선관위 상임위원은 “민주시민교육의 가장 중요한 지점이 매니페스토 활동인만큼 새내기 유권자들을 위한 교육을 더 강화하겠다”고 응원했다.

이다슬 학생은 토론 말미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청소년인권운동을 하면서 ‘기특하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는데요.기특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를 쟁취하는 것 뿐입니다.성인들이 의견을 밝힌다고 해서 꼭 성인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듯,저 역시 청소년이지만 청소년 대표가 아니라 개인 의견을 말씀 드렸다는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김여진·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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