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현 강원도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장

▲ 임상현 강원도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장
▲ 임상현 강원도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장
강원도의 평야지대는 철원과 원주 문막 정도에 불과하다.대부분 산지와 경사전이어서 과거부터 밭 농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또 겨울 한파와 폭설이 잦아 시설재배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으로 인식돼 있다.

과거 벼농사가 풍요로움을 상징하던 시대에는 논이 없었고,고부가가치 시설 채소로 돈 벌던 시절에는 한파와 폭설이 막아서서 부유한 농촌을 만들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와 스마트팜의 시대에는 어떨까? 조금 앞선 생각을 가졌던 우리의 선배들은 대관령에서 여름배추와 씨감자 생산으로 풍요를 일궈냈다.그 시기 고랭지 농업은 투기성 농업이라고도 불릴 정도였다.몇 년에 한 번씩 대박이 나면 돈 좀 만질 수 있었다.

최근 기후변화로 고랭지에서조차 여름배추 재배가 어려워진 상황에 처했지만 그 이면에는 고랭지 1세대들의 상상이 한 단계 발전한 강원도만의 여름농업이 숨어있다.봄철 가뭄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고 한여름에는 고랭지의 온실도 매우 뜨겁다.특히 한여름 고온기에는 출하량 부족으로 채소 값이 폭등하는 상황도 반복되고 있다.

이에 도농업기술원 연구원들은 남부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는 유리한 지점의 기술들을 찾아가고 있다.산광 효과를 강화한 여름형 필름,시설 내 생산시기를 당길 수 있는 촉성재배 땅 두릅 등 우리만의 강점을 살려가고자 한다.요즘 스마트팜이 대안이라고 하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떠오른 인공지능을 온실 환경제어에 접목하는 시도가 한창이다.

스마트농업은 투자비용이 높고 그동안 농업기술원이 시도해온 분야와는 다른 전공들이 혼재된 분야라 어렵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기관이 힘을 합하고 있다.

최근 강원대 스마트농축산 농업인터넷 플랫폼연구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시설농업 빅데이터 활용방안을 연구 중이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강릉분원과는 스마트팜 연구방향 협의도 함께 하고 있다.폐갱을 활용한 스마트팜에서는 퀀텀닷 식물조명 개발과 고추냉이 재배도 시도한다.

도농업기술원이 오래 정성을 기울여 온 품종 육성도 지역 농업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찰옥수수 우리 품종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77%까지 끌어냈고 신품종인 오륜감자는 수미감자를 대체하고 있다.세계 시장의 98%를 점유하는 네덜란드 백합에 맞서 오륜백합 등의 생산단지도 중국에 구축하고 있으며 흑아롱 등 씨없는 포도,청산을 비롯한 다래 신품종 보급을 통해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농업기술원의 신품종 보급사업은 적합도가 높은 지역에 집중 보급,지역브랜드를 만드는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철원을 중심으로 구수한 향의 신품종 고향찰벼를 보급하여 누리휘라는 이름으로 소비자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농식품연구소는 우리 농산물을 가공소재로 활용하는 연구도 추진중이다.옥수수연구소에서 개발한 자색옥수수 포엽에 함유된 고농도 안토시아닌을 활용한 간보호 건강기능성식품을 개발,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비 활용부위인 참당귀 줄기와 잎을 활용해 개발한 시니어용 건강발효유도 출시하고 있다.또 유용미생물을 새로 분리해 수제맥주를 개발했고,푸른색이 유지되는 시래기 가공기술은 강원나물밥에 활용되고 있다.

농업연구에 주어진 임무는 두 가지다.하나는 농업인들의 수요를 해소시킬 기술개발,다른 하나는 농업의 미래를 열어가는 핵심 농업기술에 대한 도전이다.강원도가 처한 농업환경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먼저 체감하고 있는만큼 도 농업의 미래경쟁력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도농업기술원이 앞장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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