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여파 남은 일정 마무리
올 여름 내년 겨울 음악제 기약
접경지역에서 평화 연주 ‘감격’
피날레 겨울나그네 공연 내년에
“공연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남북 현실을 말해주는 듯 해”

▲ 피스풀 뉴스(Peaceful NEWS) 4인
▲ 피스풀 뉴스(Peaceful NEWS) 4인

[강원도민일보 김여진·김진형 기자]강원도 최대 겨울음악 축제인 2020대관령겨울음악제가 코로나19의 도내 확산에 따라 남은 메인공연을 취소,아쉬움 속에 일정을 마무리하게됐다.지난 9일 ‘그사이 어딘가에(Somewhere in Between)’라는 주제 아래 개막,25일까지 3개의 메인 공연을 남겨두고 있던 대관령겨울음악제(예술감독 손열음)는 이들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관객과 연주자,도민 안전을 위해 23일 강릉 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피스풀 뉴스’와 24∼25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준비하던 ‘겨울나그네’ 공연을 열지 않기로 한 것.음악제 기간 공연장 내 열 감지 화상카메라와 손 소독제 등으로 방역에 애써왔으나 공연장소인 강릉을 포함해 도내 확진자가 나오자 추가 진행이 무리라고 판단했다.이로써 올해 대관령겨울음악제는 22일 고성 DMZ 박물관에서의 ‘피스풀 뉴스’ 두번째 공연을 마지막으로 일정을 마쳤다.취소된 공연 모두 오래 전부터 구상해 온 색다른 기획으로 공 들여온 무대들이었던만큼 음악제 측은 물론 연주자와 클래식 팬들의 아쉬움이 크다.

■ 푸른 바다 앞 평화로운 소식-‘피스풀뉴스’

남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피아니스트 4명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 ‘피스풀뉴스(Peaceful NEWS)’가 남과 북의 바다가 만나는 푸른 파도 앞에서 평화를 연주했다.음악제를 이끄는 원주 출신 손열음,북한 평양국립교향악단 출신 김철웅,이스라엘 출신 야론 콜버그와 팔레스타인 출신 비샤라 하로니로 구성된 듀오 아말 등 4명의 피아니스트는 21일 철원,22일 고성에서 접경지역 주민들을 만나는 것으로 강릉 공연 취소의 아쉬움을 달랬다.

▲ 피스풀 뉴스 공연 모습.
▲ 피스풀 뉴스 공연 모습.

통유리창 뒤로 시원하게 펼쳐진 남북의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동서남북 사방에 네대의 피아노를 배치,스메타나의 ‘몰다우’,에드워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프란츠 리스트의 ‘종’,브람스의 헝가리 춤곡,이스라엘 포크송 ‘하바 나길라’ 등을 서로 대화하듯 연주했다.김철웅은 직접 작곡한 ‘아리랑 소나타’를 연주,민요 ‘새야 새야’로 시작해 동학농민혁명 등 민족 고유의 정서를 표현했다.특히 마지막 곡에서는 한 대의 피아노에 네 명이 나란히 앉아 연주하는 친근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김철웅 피아니스트는 “강릉 공연에서 에너지를 더 많이 쏟아내자고 연주자들끼리 얘기했는데 너무 아쉽다.다음 공연을 앞두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남북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다”며 “이런 기회가 앞으로도 많아져 남북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손 감독 역시 “고성이 마지막 공연이라고 생각하니 연주하면서 울컥했다”고 전했다.듀오 아말 역시 코로나 사태를 감안,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날 고성 공연 후 출국을 앞당겼다.

■ 내년 만남 기약하는 ‘겨울나그네’

음악제의 피날레이자 시그니처 공연인 ‘겨울나그네’도 독창적인 무대로 준비,기대를 높였으나 내년에 만날 수 있게 됐다.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안무감독 차진엽과 이진상 피아니스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첼리스트 송영훈,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 등이 뭉쳐 원곡을 현대적으로 조화롭게 편곡하고 무용과 미디어아트까지 결합한 무대로 준비했었다.이진상 피아니스트의 경우 9일 베토벤 트리오 본 개막공연으로 음악제의 문을 연데 이어 겨울나그네에도 참여,당초 올해 평창겨울음악제의 시작과 끝을 장식할 예정이었지만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이 피아니스트는 앞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슈베르트의 가곡을 종합예술로 만든다는 것이 엄청난 작업”이라면서 “음악이 시대를 지나면서 발전하도록 만드는 무대다.색다르면서도 당연하고 꼭 해야하는 시도”라고 평가했다.음악 팬들이 무대를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진행된 이번 겨울음악제 무대들도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우면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무대들로 꾸며져 도민들과 클래식 음악 팬들의 호응을 받았다.모로코 출신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쥘 아팝이 결성한 ‘컬러스 오브 인벤션’의 ‘음악은 즐거워야 한다’는 본질을 놓치지 않고 클래식을 자유롭게 해석,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줬다.마코토 오조네 퀸텟,마케도니시모,LP듀오,라비니아 마이어&제프리 지글러 등도 다양한 장르의 혼합 속에 ‘어중간함’이 아닌 ‘새로운 창조의 즐거움’을 보여줬다.

손 감독은 “공들여 준비한 무대를 모두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움이 크지만 올 여름 17회 대관령음악제와 내년 겨울음악제를 기대해 달라”고 했다.음악제 측은 기존 예매티켓과 관련,관객들에게 개별 안내 후 전액 환불할 예정이다.

김여진·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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