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정윤경 강원여성연대 상임대표
생활 속 여성주의 실천 활동가
“성평등 정책 이행상황 점검할 것
북한이탈여성 위한 정책도 필요
지역여성 위한 독립기구 있어야”

[강원도민일보 한승미 기자]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여성의날을 기념한 도내 기자회견,거리행진 등의 연대활동이 올해는 코로나19로 취소됐다.대신 본지는 지난 달 새로 취임한 정윤경 강원여성연대 상임대표를 만나 강원여성이 마주한 오늘의 모습과 과제에 대해 들었다.강원여성연대는 2006년 창립한 강원지역 여성단체들의 연대체다.성차별적 관행과 제도를 바꾸고 여성이슈를 시민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정윤경 대표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여성운동을 지속하고 공동체가 연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더디긴 해도 공동체가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에서 그 필요성을 절감한다”며 “지역 풀뿌리여성단체가 든든하게 있어줘야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 ◇정윤경 대표= 서울 출신으로 강원대를 졸업했다.춘천여성민우회 인턴,소식지위원,운영위원,공동대표와 상임대표를 거쳐 강원여성연대 상임대표를 맡았다.강원여성평화네트워크 공동대표,춘천지법 시민사법위원 등으로 활동중이다.
▲ ◇정윤경 대표= 서울 출신으로 강원대를 졸업했다.춘천여성민우회 인턴,소식지위원,운영위원,공동대표와 상임대표를 거쳐 강원여성연대 상임대표를 맡았다.강원여성평화네트워크 공동대표,춘천지법 시민사법위원 등으로 활동중이다.

-여성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

“가부장제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불평등이 힘들고 불편했지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 왔다.그러다 2007년 춘천여성민우회에 가입,민우여성학교에 참여했다.여성주의를 접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봤다.오한숙희씨의 강의가 크게 인상에 남았다.그동안 사회가 만들어놓은 길을 순응하며 걸어왔고 불만스러워도 대체로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구나.사회와 부모,가족이 기대하는 ‘만들어진 여성’으로서의 ‘정윤경’으로 살아왔구나.이렇게 정면으로 제 삶을 들여다보니 불편하기도 하고 자유롭기도 했다.”

-여성 개인의 경험들이 모여 번지는 것이 결국 여성운동 아닌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개인의 문제는 사회와 관계의 변화가 그 해결책이다.성매매피해자들이 자신의 ‘못남’을 탓하고,가정폭력 생존자들이 자신의 ‘좁은 아량’을 탓하고,성폭력 생존자들이 그 순간 왜 하필 그곳에 갔냐고 끊임없이 자신을 책망할 때 ‘당신 탓이 아니에요’라고 무한한 지지와 공감을 보내줬던 시간들이 생각난다.오래 걸려도 문제들이 조금씩 풀려가고 가해자들이 처벌받고 생존자들이 일상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볼 때 힘을 받는다.”

▲ 지난해 춘천에서 열린 세계여성의 날 기념 행사에 참여한 정윤경 대표.
▲ 지난해 춘천에서 열린 세계여성의 날 기념 행사에 참여한 정윤경 대표.

-미투운동 등 여성이슈에서 지역 움직임은 수도권보다 약한 것이 사실이다.

“지역사회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것은 정서적 친밀감이 높은 지역 특성 때문일 것이다.그 정서적 이해와 친밀한 시선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준다면 2차 가해는 사라질 것이다.지역 미투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장기적인 액션이다.여성뿐 아니라 시민운동,지역운동 차원에서 해야 한다.지역에도 ‘with you(위드유)’를 위한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내야 한다.특히 성폭력 문제의 A-Z를 전담할 독립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탈북여성 지원에도 관심이 높다..

“북한이탈주민의 80%에 달하는 여성들은 탈북 과정에서 매매혼,성폭력,성매매 등 남성보다 훨씬 많은 폭력에 노출된다.목숨을 건 탈북 후 남한에서도 가정폭력과 성폭행 피해를 받고,한부모 가정도 많다.하지만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연구는 미미하다.강원여성연대는 지난 해 세미나에 도내 탈북여성들을 초대,그들의 어려움을 자세히 알게 됐다.이들과의 지속적인 관계맺기로 목소리를 모으고,실질적 지원정책을 제안해보고자 한다.평화를 위한 공동 과제를 고민하고 통일 준비에서의 성평등한 역할도 모색할 수 있다.”

-강원도 성평등 점수를 매긴다면.

“여성가족부의 2017년 기준 지역성평등지수 평가에서 강원도는 전국 중하위권이었다.저도 50점 이하다.여성 일자리 다수가 비정규직,계약직 등으로 불안정하다.고용 성차별이 우선 해결과제다.여성대표성 및 도정 성주류화 강화,관리직 여성공무원 임용목표제,각종 위원회 여성 비율 50% 확보,도정 전 분야의 성주류화 정책 확대 등 다양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

-올해 활동 계획은.

“여성의날 행사는 코로나19로 거의 취소됐다.대신 총선을 맞아 국회의원 후보 젠더감수성 검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한다.시민들이 직접 젠더 관점으로 후보를 검증하고,정책의제를 요구하는 장을 만들어 ‘성평등 국회’ 요구 목소리를 가시화하자는 것이다.하반기에는 최문순 지사 후보시절 강원도여성유권자네트워크와 맺은 성평등 정책 협약 이행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지역여성운동 지속하는 힘은 무엇인가.

“매 순간 만나는 사람들이 이유를 만들어준다.여성주의 책읽기모임 ‘따솔’에 오셨던 분이 떠오른다.모임에 나오고 한참 후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게 50이 넘어서였어요.그전에는 참고 살았고 누구도 귀 기울여 주지 않았어요.아마 안 들렸을 거예요”라고 했다.여성들이 말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생활 속 여성주의를 실천하는 ‘활동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민우회에 발을 처음 들일 때의 마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처음 그 자리에 선배 여성운동가 분들이 계셨고 이제는 제가 그 자리를 지켜야할 때인 것 같다.”

-지역여성운동의 지향점은.

“여성 이슈 관련 인터뷰를 하다보면 여성과 여성단체가 무슨 일을 해야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하지만 여성의 불평등은 사회구조,인류전체의 문제다.공동체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의제,한마디로 ‘모두를 위한 성평등’이다.궁극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존중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리/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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