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운 춘천소년원 교사

▲ 조강운 춘천소년원 교사
▲ 조강운 춘천소년원 교사
하루 24시간 비행청소년을 상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일명 ‘찍힌 아이들’.소년원학교 교사로 첫 발을 내딛기 전 나 또한 중·고교 시절 평범한 학생이었기에 비행청소년에 대해 ‘불우한 가정환경’,‘혐오스러운 문신’,‘폭력성’ 등으로 대변되는 편견을 당연히 가지고 있었다.

2019년 11월 20일 춘천소년원 발령 전화를 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제 어쩌지!’였다.불안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첫 출근하던 날,새 직장에 첫 발을 딛는 설렘도 있었지만 비행청소년과 함께 생활하며 일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앞섰다.그러나 며칠간의 실무교육 후 아이들과 어우러지는 과정 속에서 그간의 편견들이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폭행,절도,사기 등의 범죄를 저지른 문제아들이지만 ‘역시 애들은 애들이구나’하는 생각이 어느새 머릿속에 가득 채워졌다.작은 먹거리 하나에 좋아하고,별것 아닌 사소한 일에 다투기도 하며,허황된 꿈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아이들.겉으로는 불량해 보이기도 하지만 순수한 내면세계를 가진 아이들.

3개월 남짓 기간에 규칙위반으로 제재하거나 벌점을 줘야하는 일이 잦아 때론 고단하기도 했지만,함께 부대끼는 시간을 통해 ‘2019년 11월 20일’의 선입견은 사라지고 아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아이들과 친해질수록 고민 또한 많아진다.벌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부모의 마음으로 보듬어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각기 다른 성향의 아이들을 다양한 지도법으로 교육해야 하는데 이제 막 출발점에 선 신규 교사로서 어려운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밤 새워 당직서는 것도,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아이들의 많은 요구를 계속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다.상황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해야 하는데 선뜻 판단을 내리기는 더욱 어렵다.소년원학교 교사들의 고민이 모두 나와 비슷할 것이다.사람이 사람을 교육하고 이끄는 직업이다 보니 명확한 정답은 없다.그러나 변치 않는 사실 하나,아이들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인기있는 교사는 되고 싶지 않다.20년차 선배 교사가 그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듯 3개월 차 신규인 내게도 나만의 지도방식을 만들어가는 남다른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평생 풀어내야 할 과제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잘못된 방식으로 오래 살아온 아이들이 6개월,또는 15∼16개월의 교육으로 과연 변할 수 있을까?소년원학교 교사의 책임과 의무는 분명 올바른 방향으로 아이들을 이끄는 것이다.열정을 갖고 시작했다.어느 순간 멈추고 싶을 것이다.하지만 어떤 역경의 순간에도 멈추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더 나은 미래를 향해 아이들과 동행하는 멋진 소년원학교 교사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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