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사람과 얼마나 가까운가.혹은 얼마나 먼가.사람관계를 거리로 측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이해관계와 함께 감정적 요소가 섞여있기 때문이다.사회적 관계는 사회생활을 영위해 나가는데 필요한 인간관계다.사람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한다.이는 상호 교섭이나 행동을 통해 나타난다.이러한 사회적 과정이 지속되는 것이 사회관계다.

사회관계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들어서다.독일 사회학자 레오폴트 폰 비제(Leopold von Wiese)는 ‘사회학’ 대신 ‘관계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사회관계를 친화정도에 따른 통합관계와 경쟁,대립,투쟁의 분리관계로 구분했다.사회적 관계에 대한 연구는 개인과 개인,개인과 집단,집단과 집단 사이에 생기는 인간감정의 친소정도를 나타내는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라는 개념으로 발전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E.파크는 공간에서 두 지점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거리의 개념을 친밀감이나 적대감 등의 인간감정을 도입해 친근성 정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했다.그는 친구사이와 같은 인간 상호관계와 지하철에서 만난 관계를 비교하기도 하고,농촌의 가족과 도시의 가족의 친밀도를 비교 분석해 어느쪽이 사회적 거리가 가까운지를 측정했다.동시에 신분이나 직업의 차이 등 사회적 지위에 따른 관계도 사회적 거리로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달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제안했다.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불필요한 외출자제를 통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담은 ‘시민 행동요령’을 발표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어떤 면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자발적인 자가격리라고도 할 수 있다.그만큼 현 상황이 기존의 사회적 관계를 멀리해야 할 정도로 엄중하다는 의미다.

현대사회는 공감과 배려를 통해 공동체 내의 사회적 거리 좁히기가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지금은 감염병으로부터 자신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역설의 시대다.

천남수 강원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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