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가 큰 위력을 발휘할 때가 있다.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그 파장이 달라지는 것이다.정신을 집중하면 못할 일이 없다(精神一到 何事不成)라고 하지만 갈대처럼 흔들리는 나약한 존재가 사람이다.믿어도 안 믿어도 그만 심심풀이로 보는 오늘의 운세도 마찬가지다.조간신문을 뒤지다 눈길이 멈춘 몇 줄의 문장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달라지기도 한다.

어제 운세를 보니 ‘마음을 넓게 가져야 몸이 편하다’라는 풀이가 눈에 들어온다.누굴 특정해 한 말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세상이 어수선한 때 조바심을 내지 말라는 이야기로 읽힌다.마음이 갈피를 잃으면 몸도 고단해진다.뻔한 이야기이지만 이렇게 받아들이면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이 한결 가볍고 견딜 만하다.일도양단(一刀兩斷)하겠다고 덤비면 엉킨 실타래는 더 꼬이고 만다.

그제는 ‘비관도 낙관도 현재로선 시기상조’,그 전날은 ‘꾸준함을 이기는 것은 없다’라는 구절이 보인다.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에게 던져진 이 일반적인 메시지가 확인될 때는 매우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바뀐다.그 강도가 제각각일 것이고 마음에 일어나는 변화 또한 그러할 것이다.지금이야말로 섣부른 예단을 하기보다는 인내를 견지해 나가야 한다는 자세를 가다듬게 만든다.

일단 그 의미를 절하하고 보는 모두를 대상으로 한 오늘의 운세가 이러하다면,대상을 특정하고 직접 글이나 말로 전하는 메시지는 그 힘이 더 셀 것이다.심신의 균형이 무너지면 작은 말 한 마디에 깊은 상처를 입기도 하고,큰 위로를 받기도 한다.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3개월 째 내일을 가늠하기 어려운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진다.그만큼 모두가 민감해져 있다.

사태가 길어지면서 일상이 바뀌고 피로가 누적돼 간다.가장 힘든 사람은 환자와 의료진 공무원 등 현장의 사람들이다.이들에게 수고한다,힘내라는 짧은 한 마디가 큰 응원이 될 것이다.오늘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다.좀 더 웅크리고 버텨야 할 것이다.그래도 오늘 경칩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전선에 끝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신호가 되기를 바란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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