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지인이 편지와 함께 마스크를 보내주셨다.나라 전체가 고통받는 지금이니 마스크는 서로 나누는 일이 맞는것 같아서 주신다는 글이었다.마스크를 그것도 대구에서 보내왔다는 가슴 뭉클한 이 상황이 자성을 촉구한다.불행의 한 복판에 있는 대구시민과 무엇을 공감하고 나누었나하는 자성이다.급하게 닭갈비를 부쳐드리는 것으로 마스크에 대한 답례와 고통 공유의 마음을 전해보았지만 부끄럽기 짝이 없다.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을 역학이라고 말하고 그 역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부조리한 사회시스템을 개선해 좀더 살기좋은 세상을 만드는 학문을 사회역학이라 한다.말하자면 똑같은 누를 범하지 않기위해 과거재해를 교훈삼아 미래를 준비하는 학문이다.재앙에 대비해온 정부의 역량을 믿고 정부의 지도에 따라 국민이 일사분란하게 행동하게하는 동력인 셈인데 역학의 파워가 부족한건지 코로나가 강한건지 코로나 확장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있다.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에서는 폭염으로 7백여명이 사망했다.1999년 폭염이 재연되자 국민들은 4년전 경험으로 공포에 떨었으나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비상기후대응전략을 잘 준비해온 시카고시장은 폭염을 피하는 쿨링센터 34곳을 열고 사람을 실어날랐다.쿨링센터가 부족하자 하루 만에 31곳의 쿨링센터를 추가로 만들었다.폭염이 절정이었던 며칠은 공무원들과 의료진들이 독거노인과 낙후지역주민 3만명을 방문해 돌봤다.그 결과 1999년에는 사망자가 110명으로 줄었다.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이 시카고 사례는 역학적 가이드와 정부 지도자들의 순발력있는 대처능력 그리고 국민들의 협조가 천재지변 극복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인용된다.

사투 벌이는 대구경북 공무원들과 사지의 자원봉사를 마다않는 의료종사자들처럼 자신의 전문역량을 발휘하시는 분들도,지인분처럼 소소한 나눔을 실천하시는 분들도 똑같이 소중한 선한 영향력의 주인공들이다.외부상황이 우리를 쓰러뜨릴 때 일수록 마음부터 다잡는 강건함이 필요하다.언제나처럼 이번에도 선한 영향력이라는 국민적 저력이 국가재앙 퇴치의 단초가 되어가고 있다. 조미현 교육출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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