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 적용될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안이 지난 7일 국회를 통과했다.선거법이 정한 시한이 2019년 3월15일인 점을 감안하면 1년이나 늦었다.논란이 되는 내용과는 별개로 위법적 기초위에서 나온 태생의 한계를 지니게 됐다.국회는 선거구 획정을 위해 시도별 의원 정수를 비롯한 획정기준을 마련하고,선거구획정위원회는 선거일 13개월 전까지 최종 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여야는 선거법 협상을 타결 짓지 못함으로써 국회의 책임과 권한을 모두 방기했다.그 결과는 지역실정이나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 괴물선거구의 출현으로 돌아왔다.강원도는 20대 총선에서 5개 시군이 1선거구로 묶이는 공룡선거구 2곳(홍천 철원 화천 인제 양구,횡성 태백 영월 정선 평창)이 나왔다.적어도 지난 1년 이 문제에 관한 고민이 있었어야 했다.

지난 4일 국회에 제출된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한 술 더 떠 6개시군(철원 화천 양구 인제+속초 고성)을 묶는 졸속 안을 내놨다.서울 면적의 10배가 넘는 지역을 한 선거구로 묶는 것에 대한 위법 론까지 제기됐다.사흘 만에 개선 안이 나왔으나 이번에는 분구 요건을 갖춘 춘천의 일부를 떼어내 철원 화천 양구와 붙이는 안을 내놨다.며칠 사이에 선거구 전체가 뒤죽박죽이 됐다.

지역구 2석을 기대했던 춘천은 되레 팔다리가 잘려나갔다.춘천선거구라는 명칭 대신 춘천 철원 화천 양구 갑,을이라는 낯선 이름을 써야한다.갑 선거구는 춘천의 읍면동으로만 구성됐지만 실질과는 다른 춘천 철원 화천 양구 갑이라는 명칭이 부여됐다.여러 현안과 비전을 공유해 온 태백 정선과 영월 평창을 강제 분리한 것도 지역정서와 생활권을 반영하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그리스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an bed)의 침대’ 이야기가 나온다.노상 강도 프로크루스테스는 행인을 잡아다가 철제 침대에 맞춰 키가 크면 자르고 키가 짧으면 강제로 늘려 죽였다고 한다.이번 선거구 획정이야말로 정치의 편의대로 민심을 함부로 자르고 늘리고 한 것이다.그 강도는 결국 같은 수법으로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게 당했다.악행에는 뒤가 있는 법이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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