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함께 극복합시다] ■ 감염병에 소외되는 장애인 <중>
복지관 폐쇄 재활치료 불가
우울감·신체기능 저하 우려
청각장애인 입모양·표정보며 대화
마스크끼면 잘 알아듣지 못해 불편


[강원도민일보 한승미 기자]코로나19 확산 사태에서 장애인들은 예방부터 확진까지 전단계에 걸쳐 소외받고 있다.장애인종합복지관을 비롯한 자립지원센터 등의 시설들이 폐쇄되면서 도내 장애인들은 사실상 격리,외로움과 우울감은 깊어만 간다.시설에서 받던 재활치료가 멈추면서 신체기능 저하까지 우려되는 상태다.또 상대방 입모양이나 표정 등에 의지하는 청각·언어장애인들에게 마스크로 가려진 요즘 세상은 암흑과도 같다.



■ 멈춰버린 재활치료

뇌병변 3급 장애를 가진 춘천의 A(11)군은 최근 자주 넘어지면서 걷기에 공포감이 생겼다.이를 극복하려면 꾸준히 걷는 연습과 복근운동,스트레칭 등을 해야 하지만 복지관 폐쇄로 이를 진행하기가 어렵게 됐다.복지관 치료사들은 이를 염려해 보호자와 통화하며 아동 상태를 주기적으로 살핀 후 스트레칭과 안전한 산책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하지만 일반 거주시설은 장애인용 안전설비가 부족한데다 보호자도 전문 치료사가 아니라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 크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장애인 관련 시설들은 20일까지 휴관이 연장됐다.도내 장애인복지 종사자들에 따르면 중증장애인들은 6∼7평 남짓의 영구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가 대다수다.이들은 A군의 사례처럼 평소 방문하던 시설들이 휴관하면서 사실상 집에서 격리된 상태로 머물고 있다.사회적 연결고리가 단절되면서 관련 정보도 얻기 어려워졌다.협소한 공간에서 외출마저 제한된 장애인들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고 복지계 종사자들은 입을 모은다.가장 큰 문제점은 이 상황이 지속되면 심리 뿐 아니라 육체적 고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물리치료,언어치료 등의 재활프로그램을 하지 못하면 급격한 신체기능 저하까지 우려된다.

치매를 앓는 노인들도 적절한 신체활동을 겸해야 하는데 역시 보호·관리가 힘들어졌다.자택에서 보호자들이 활동 보조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치료사가 아닌 경우 소리를 지르며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들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최중범 도장애인종합복지관장은 “꾸준히 치료받던 이용자들에게 치료나 자극이 중단되면 기능적 문제가 생기게 되고 이를 원 상태로 되돌리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치료사들이 매일 전화로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증상에 따른 운동방법을 가르쳐주고 있지만 직접 확인할 수 없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 마스크로 가려진 세상

춘천에 살고 있는 중증 청각장애 최 모씨는 요즘 의사소통 창구가 막혔다.최 씨가 대화를 나눌 때 필수적인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볼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최 씨는 “대화를 할 때 입 모양이 보이지 않아 마스크를 내려달라고 부탁하는데 다들 꺼려하니 부담스럽고 감염에도 노출돼 조심스럽다”며 “일상생활이 어려워졌고 세상은 암흑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최 씨와 같은 청각·언어장애인들은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으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종업원들이 필수적으로 마스크를 하고 있는 식당이나 마트 계산대 등에서도 기본적인 소통을 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청각·언어장애인의 의사소통 수단은 수화,구화(입모양),독화,필담(글쓰기) 등인데 장애 정도에 따라 이를 복합적으로,개인마다 다르게 사용한다.보건복지부가 전국 장애인 6549명을 대상으로 한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화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청각장애인은 7.2%다.청각장애인의 주 의사소통 방법은 △말 88.0% △수화 3.8% △구화3.4% △필담 2.3% △몸짓 2.2% 순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관련 기자회견을 비롯한 각종 방송에서 수어통역사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화면에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같은 말을 해도 억양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처럼 손 동작 외에 입술과 눈썹의 움직임을 비롯한 표정들을 활용한 ‘비수지’ 기호까지 더해져야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증청각장애는 약간의 목소리를,중증장애인은 수화를 사용하지만 이들 모두 입 모양을 봐야 정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입과 표정이 가려지면서 대화를 나누기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보건복지부는 최근 청각·언어장애인의 원활한 코로나19 문의와 상담을 위해 손말이음센터에 수어 등 중계지원 확대를 요청했다.하지만 해당 손말이음센터의 중계서비스는 전화통화를 통해서만 이용이 가능한 만큼 일상생활에서도 적용될 수 있도록 서비스 확대가 요구된다. 한승미 singm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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