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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속 작은 스페인, 음식 넘어 취향 팝니다

[WeeK·人] ┃김성미 춘천 아워테이스트 대표
퇴사 후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인생의 전환점 맞아 사업 시작
춘천 주민과 핀초 요리 나누고
라이프스타일·문화 공유 목표

권소담 kwonsd@kado.net 2020년 03월 21일 토요일 9 면

봄기운이 내려앉은 춘천 봉의산 자락의 고즈넉한 주택가.옥천동 언덕길을 느긋하게 산책하다보면 재밌는 가게 하나가 나타난다.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암갈색의 오래된 건물 1층에는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스페인 가정식 전문점이 자리잡고 있다.화려한 네온사인은 없지만 정갈하다.건너편 붉은 벽돌의 빌라와 같은 색으로 옥천동 주민들의 삶에 녹아들었다.동네 식당이면서 신개념 문화 공간이 된 곳.그리고 그 안에서 1년 전 외식업계에 뛰어든 주인장,김성미(35)씨가 빠에야를 요리한다.잠시나마 스페인 발렌시아를 여행하는 기분을 느껴본다.결이 비슷한 사람들의 취향 아지트,아워테이스트(Our Taste)다.


# 춘천에서 만난 작은 스페인
아워테이스트에 들어선 순간.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삽입곡으로 쓰인 스테판 렘벨의 ‘비스트로 파다(Bistro Fada)’가 흘러나왔다.아워테이스트 봄 음악 플레이리스트의 맨 앞에 이름을 올린 곡이다.언론인 출신으로 무작정 회사를 그만 둔 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아워테이스트의 주인장,김성미 대표의 취향과 낭만이 묻어난다.그 의도대로 김 대표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손님들은 순식간에 유럽의 밤거리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김성미 대표는 SNS 카테고리에 아워테이스트를 ‘예술’로 분류해뒀다.이곳은 배만 채우는 식당이 아니다.주인장과 손님들이 함께 스페인을 떠올리게 하는 문학,음악,영화에 대해 논하고 경험하며 새로운 취향을 찾아가는 복합문화공간이다.김 대표는 “자영업은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해요.인테리어,공간을 채우는 음악과 서비스하는 요리 모두 한데 어우러져야 하잖아요”라고 말했다.그의 명함의 뒷면에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빠에야,와인,올리브,투우사,플라멩고 댄서,축구공이 그려져 있다.모두 스페인을 연상케 한다.

충남 부여 출신으로 서울에서 온라인 의료 매체 기자로 일하던 그는 춘천의 매력에 빠져들어 연고도 없는 춘천으로 이주해왔다.3년간의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미래를 생각하기 위해 스페인으로 떠났던 그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스페인 현지인 여행객들과 곳곳의 핀초 바,와인바를 쏘다니며 혀끝으로 스페인을 느꼈다.36일간의 걷기,그리고 미식여행 후 그는 식(食)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식의 즐거움과 먹는 것이 주는 힘,여기서 비롯되는 삶의 의지에 눈을 뜬 계기였다.

이 계절의 파스타
이 계절의 파스타

# 춘천 로컬들의 유대감

춘천의 로컬크리에이터 음식점인 어쩌다농부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며 요식업의 기초를 배웠고,숍인숍 형태로 스페인 요리를 직접 제공하면서 사업의 가능성을 엿봤다.그리고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역생활문화기반 청년창업지원사업으로 1500만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3월 옥천동에 아워테이스트 문을 열었다.김성미 대표는 스페인 여행 기간 동안 경험했던 핀초(pincho) 요리를 춘천주민들이 경험하고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길 바랐다.

핀초는 그 지역에서 나는 계절감에 맞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맛과 풍미를 전달하는 한입거리 음식이다.정해진 레시피가 없어 변화무쌍하고 혁신적이며 창의적이다.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김 대표를 닮았다.아워테이스트가 선보이는 ‘이 계절의 파스타’는 지역에서 나는 제철 재료를 활용한 파스타다.

춘천을 선택한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28만명의 정주 인구와 대학생 청년 소비층을 갖춘데다 수도권과의 접근성 덕분에 외지 손님들도 유입도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창업 지원 기관의 도움도 있었다.스페인 여행으로 퇴직금을 다 써버린 김성미 대표에게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은 구세주와 다름 없었다.비교적 적은 리스크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춘천지역 로컬크리에이터들의 네트워크와 느슨한 연대,협업으로 이뤄지는 각종 이벤트도 김 대표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게스트하우스 썸원스페이지,서점 책방마실,로컬잡화점 춘천일기 등 김성미 대표와 비슷한 결을 가진 춘천의 로컬크리에이터들의 네트워크가 사업의 원동력이다.그는 “서울에서 온 손님들이 가끔 이런 질문을 하세요.춘천은 어떻게 로컬 숍 사장님들간의 친분이 이렇게 깊은지요”라며 “인구가 유입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들일 수 있는 건 결국 사람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빠에야
빠에야

# 딴짓에 빠진 주인장
김성미 대표는 지난달 3주에 걸쳐 아워테이스트를 휴업한 후 스페인으로 출장 겸 미식여행을 다녀왔다.다양한 식재료를 경험한 후 새로운 메뉴에 반영하고 내추럴 와인 리스트를 꾸리기 위해서였다.매출 성과는 잠시 내려두더라도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선택이었다.

김 대표는 영업이 없는 날에는 유화를 그리고 피아노를 연주한다.그리고 춘천MBC ‘별이 빛나는 밤에’ 라디오에서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에 정기 출연중이다.이번 주 방송에서는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을 소개했다.핀란드 헬싱키의 골목길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주먹밥을 만들고 커피를 내리는 카모메 식당의 주인장 사치에처럼,그도 사람들을 보듬고 연대하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봄처럼 따뜻한 춘천에서 좋은 사람들과 식을 넘어선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에 대해 공유하고 제안하는 것이 아워테이스트의 최종 목표다. 권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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