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실

칠 벗겨진 벤치에 앉아

연두빛 풍욕에 잠기는 봄날



신의 물감으로 칠해놓은

맞은 편 산능선의 골세(骨勢)

움트는 풀들의 시간이

내 몸 속으로 흘러들어온다



햇이파리 수양버들이

바람 잡자

풍류객 시심을 어쩌지 못해

허공에 시를 쓴다



같은 동작이란 곤 없는 저 춤사위

바람이 추는

춘앵무인가



희고 검은 새 한 마리

연두를 가른다

드디어 한 풍경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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