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는 등 격변의 한 해를 보냈다.당시 교수신문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교수들은 새로 출범한 정부를 향해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내도록 개혁에 박차를 가하라고 주문한 것이다.이어 선정된 사자성어도 제도를 개혁하자는 ‘해현경장(解弦更張)’,물이 빠지고 진상이 드러난다는 ‘수락석출(水落石出)’,나라를 재건하자는 ‘재조산하(再造山河)’를 꼽아 당시의 시대적 요구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그 중 수락석출은 소동파가 달라진 적벽의 산하를 보며 “흐르는 강물 소리,깎아지른 천 길 절벽/우뚝 솟은 산과 작은 달,물이 빠져 드러난 바위/해와 달이 몇 번이나 바뀌었다고 이리도 강산을 알아볼 수 없단 말인가(江流有聲 斷岸千尺 山高月小 水落石出 曾日月之幾何 而江山不可復識矣)”라고 묘사한데서 유래했다.

훗날 물이 줄어들어 돌이 드러나는 것처럼 어떤 일의 흑막이 걷히고 진상이 드러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그리고 2년이 지난 2019년 사자성어는 확연히 달라졌다.상대를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공명지조(共命之鳥)’가 선정된 것이다.그만큼 우리 사회의 분열 양상이 심각해졌다는 반증이었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도내 8개 선거구를 비롯 전국 253개 선거구에 나설 각 정당의 후보들도 확정됐다.위성정당 논란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각 정당의 비례후보들도 윤곽이 잡혔다.사실 코로나19로 국민적 관심이 예전만 못하지만 총선일이 바짝 다가오면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진영간 대결구도가 뚜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특히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대립과 갈등양상이 격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어렵지 않다.새삼 수락석출의 사자성어를 떠올린 것은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이번만은 물이 빠진 바닥을 세심하게 들여다 보는 마음으로 선택에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천남수 강원사회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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