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개최 고수하던 IOC·일본, 세계 각국 선수·NOC 거센 반발에 ‘백기’
캐나다·호주 ‘보이콧’에 “빨리 결정하라” 압박 쇄도…IOC 결정 가속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는 구상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베 총리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는 구상에 관해 바흐 위원장과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24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는 구상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베 총리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는 구상에 관해 바흐 위원장과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24일 밝혔다.
2020년 7월 24일 막을 올릴 예정이던 도쿄하계올림픽은 올해 열리지 않는다.

대회 개막을 122일 앞둔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전화 통화를 하고 올림픽 ‘1년 연기’에 전격 합의했다.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림픽을 열 수 없다는 데 아베 총리와 바흐 위원장이 뜻을 모았다.

올림픽을 주관하는 IOC와 대회를 개최하는 일본 정부가 늦어도 내년 여름까진 올림픽을 열자고 연기에 방점을 찍음에 따라 도쿄올림픽과 관련한 진행 절차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가 됐다. 26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일본 내 성화 봉송 행사도 취소됐다.

근대올림픽이 태동한 1896년 이래 올림픽이 취소된 건 124년 만에 처음이다. 전염병으로 취소된 것도 최초의 사례다.

4년 주기로 짝수 해에 열리던 하계올림픽은 처음으로 홀수 해에 열린다. 코로나19가 빚은 새로운 역사다. 

최초의 올림픽 연기 결정 과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간 올림픽 개최 준비과정에서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온 IOC와 개최지 정부 또는 대회 조직위원회가 선수들의 안전 보장 요구에 백기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 사태는 올해 1월 동남아시아와 우리나라를 거치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조짐을 보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아시아 지역에서 열기로 한 대회 3개를 취소하는 등 여러 국제 스포츠 단체가 선수들의 안전과 건강을 우려해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섰지만, IOC와 일본 정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정상 개최를 고수하며 ‘요지부동’이었다.

올림픽을 취소 또는 연기했을 때 발생하는 막대한 재정 손실과 일정 조율 등의 여러 복잡함을 고려할 때 IOC와 일본 측이 마지막까지 신중함을 유지한 까닭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의 속도와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IOC와 일본 측의 늑장 대처는 올림픽의 주인공인 각국 선수들과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거센 반발을 자초했고, 결국 비난 여론에 떠밀려 올림픽을 연기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국제보건기구(WHO)와 긴밀하게 협력해 코로나19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던 IOC의 원론적인 태도에 결정타를 날린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이견은 거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나는 텅 빈 경기장에서 (올림픽을) 치르는 것보다는 그렇게 하는 편(1년 연기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1년 늦게 연다면 무(無)관중으로 치르는 것보다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퍼져가던 올림픽 연기론에 불을 지폈다.

초강대국이자 스포츠 최강국인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놀란 일본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봉인’이 풀리자마자 올림픽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내부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국제 스포츠계에서 발언권이 센 유럽과 미주 지역이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에 서자 양상은 또 바뀌었다.

각 나라 정부가 감염을 차단하고자 다중 이용 시설인 훈련장 폐쇄 조처를 잇달아 내리면서 올림픽을 준비하던 선수들은 땀 흘릴 장소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유럽과 미주 지역 선수들은 우리나라의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과 같은 최첨단 훈련 시설에서 함께 모여 훈련하지 않고 주로 개인 훈련을 한다.

연습장 물색에 고전하던 선수들은 이대로는 올림픽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정대로 올림픽을 치렀다간 불공정한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힘을 얻었다.

선수들의 불안감을 없애고자 뭐라도 해야 했던 IOC는 17∼19일 종목별 국제연맹(IF), 선수 대표, NOC 대표와의 연쇄 화상회의를 열어 형식상으로나마 의견을 수렴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IOC는 올림픽 개막까지 4개월이 남았으므로 급격한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며 정상 개최 추진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런 둔감한 행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선수 건강과 안위를 뒷전에 둔 무감각하고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IOC에 쇄도했다.

화들짝 놀란 아베 총리도 무관중 경기나 대회 축소가 아닌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을 치르고 싶다”며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 개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IOC는 스위스 현지시간 22일(한국시간 23일) 올림픽 연기를 비롯해 여러 시나리오를 4주 안에 검토해 올림픽 개최와 관련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한발짝 물러섰지만, 주도권을 틀어쥔 선수들과 각 나라 NOC는 “신속하게 결정해달라”고 IOC를 전방위로 압박했다.

“연기에 따른 비용 손실 문제로 IOC와 도쿄조직위가 주판알을 튕기는 것보다 선수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아 서둘러 올림픽 연기를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들불처럼 번졌다.

IOC의 올림픽 연기 검토 발표 직후인 23일, 캐나다와 호주가 연내 올림픽 추진 시 불참하겠다며 보이콧 여론의 선봉에 섰고, 미국올림픽위원회마저 선수 여론 조사를 근거로 IOC에 연기를 강력히 요청하면서 국면은 완전히 달라졌다.

신뢰성에 크게 금이 간 상태에서 IOC와 일본 정부는 전 세계 여론을 수용하는 형태로 4주가 아닌 이틀 만에 대회 1년 연기에 합의하고 후속 조처 마련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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